당국, '환율상승 유도' 최중경 체제로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8.03.26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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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결국 원/달러 환율 상승을 용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수입물가 상승과 주가하락을 우려해 환율 급등은 막되 완만한 상승은 유도한다는 게 정부의 속내다.

기획재정부의 외환라인도 대표적인 '외환매파' 최중경 제1차관, 그 라인에 속하는 최종구 신임 국제금융국장으로 전열이 갖춰졌다.



최 차관은 2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를 가진 뒤 "환율이 급격히 오르는 것보다 급격히 내리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환율 하락에 비해 환율 상승을 선호한다는 뜻을 분명히 한 발언이다.

최 차관은 "환율 급변동은 없을 것이라는 지난주의 발언은 급변동이 있으면 정부가 반드시 개입하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차관급 고위 당국자로는 이례적으로 외환시장에 대해 '개입'이라는 표현을 직접 사용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강도의 발언이다.



수출 확대와 경상수지 개선을 위해서는 환율 상승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최 차관의 소신이다. 환율이 단기간 내 급등하는 것은 외국인 자금이탈에 따른 주식시장 급락을 불러온다는 점에서 적절히 제어할 뿐 기본적인 방향은 상승이 맞다는 얘기다. 이 같은 인식은 강만수 재정부 장관도 마찬가지다.

외환시장이 특히 최 차관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의 '고강도 개입' 스타일 때문이다. 최 차관은 2003∼2005년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 재직 시절 수십조원을 투입하며 환율을 상당기간 1140원선에서 틀어막은 전력이 있다. 당시 외환시장에서는 "최중경에 맞서지 마라"는 얘기까지 나왔을 정도다. 최 차관이 '최틀러'라고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G20'(선진 20개국) 회의 참석을 위한 해외출장에서 돌아온 신임 최 국장도 최 차관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최 국장 역시 중장기적으로 환율의 바람직한 추세는 상승이라고 본다. 기본적으로 물가는 환율 정책 운용의 핵심 변수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최 국장의 인식이다.


그러나 물가당국인 한국은행은 수입물가 부담을 우려해 환율 상승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어 정부와 한은 사이에 의견 조율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지난 25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6회 세계외대 미네르바포럼'에서 "최근의 환율 급등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향후 환율 하락에 무게를 뒀다.



이 총재의 이 같은 발언으로 25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대비 20.9원 급락, 976.3원으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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