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부vs한은, 수장들 정면 충돌

머니투데이 임대환 기자 2008.03.26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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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 장관 "금리 내려" vs 이성태 총재 "물가안정 최고 목표"

경제정책의 축을 담당하고 있는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정면충돌하고 있다. 이번에는 양 기관의 수장들이 직접 나서 그 여파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정부의 노골적인 개입으로 환율과 금리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한은의 위상이 상당히 위태로워 보인다.

◆정부, 통화정책 노골적 개입=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5일 작심을 한 듯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위험한 발언들을 서슴지 않고 내뱉었다.



한 언론사가 주최한 초청강연에서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차가 2.75%포인트까지 벌어졌는데 뭐든지 과유불급"이라며 "금리정책은 중앙은행 소관이지만 2.75%포인트가 무슨 의미인지는 설명을 안해도 다 알 것이며 환율과 경상수지 적자 추이를 감안할 때 어느 길로 가야할지는 자명한 일”이라고 말했다. 양국간 정책금리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려 금리격차를 줄일 필요성이 있다는 발언으로 해석됐다.

강 장관은 환율에 대해서도 "2002~2007년 한국 원화는 40.3% 절상됐는데 일본은 16.2%, 중국은 13.3% 절상됐다"며 "경상수지가 계속 악화되고 있는데 이렇게 운영되고 있는 것을 여러분들이 판단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수출 증대를 위한 환율상승을 용인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여겨진다.



강 장관은 한발 더 나아가 "통화금융정책과 관련해 재정부 장관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갖고 있다"며 "법률상 환율정책도 주무부처로 규정돼 있다”고 강조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재의요구권이나 열석발언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지금은 성장보다는 물가 안정이 시급하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친절한 해설도 달았다. 강장관은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다만 현재는 원자재 가격이 너무 올라서 물가 안정을 우선시하겠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최중경 차관도 거들고 나섰다. 최 차관은 26일 열린 경제상황점검회의에서 “환율의 급락은 환율급등보다 더 바람직하지 않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전날 이성태 한은 총재가 적정환율을 언급한 것으로 잘못된 보도가 나간 후 환율이 급락한 것에 대해 한 말이었다.


◆한은총재, "한은 최고목표는 물가안정"=이성태 한은총재는 25일 한 조찬강연회에서 "한은이 물가 외에 다른 경제상황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 인식은 잘못된 것이지만 한은의 최고의 목표가 물가안정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제성장도 중요하지만 역시 한은의 지상 최대 과제는 물가안정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강만수 장관과는 정반대의 생각이다.

그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올해도 수출이 10%가량 성장할 것이고 미국의 비우량주택담보대출(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최악의 상황은 지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물가 상승의 주요인이 되고 있는 국제유가와 곡물가 등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해서는 "이 파동이 지나도 그 가격은 쉽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 물가불안이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같은 발언을 종합해 보면 분명 이 총재는 경제성장보다는 물가 상승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가 불안을 부채질할 수 있는 기준금리 인하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쉽게 할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전날 강 장관의 발언에 대해서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한은으로서는 정부의 입장에 뭐라 말할 수 없다”면서도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전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고 지금 선진국들의 중앙은행 모델에서도 그것(중앙은행의 독립적인 통화정책)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통화정책 개입이 시장에 큰 혼란을 줄 것이라는 점을 애둘러 말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 혼란 가중될 듯=이날 최중경 차관의 ‘환율급락’에 대한 경고성 발언으로 서울외환시장이 개장하자마자 원달러 환율이 급하게 오르고 있다.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5.7원이 오른 달러당 982원에 거래를 시작해 계속 상승하고 있다. 25일 강장관의 발언에 이어 최차관의 환율상승 용인성 발언으로 환율은 당분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25일에는 이성태 총재의 적정환율 발언이 시장에 전해지면서 환율이 급락, 전날보다 20.9원이나 하락한 976.3원에 마감되기도 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이 총재의 발언이 비록 잘못된 언론보도이기는 했지만 중앙은행 총재라는 위치로 인해 시장이 크게 출렁거렸다”며 “오늘도 외환당국자들의 잇단 발언으로 시장이 혼란스러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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