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2.0]암소 두 마리와 기업 부정](https://thumb.mt.co.kr/06/2008/03/2008032608102099954_1.jpg/dims/optimize/)
공산주의에서는 당신의 이웃과 함께 암소를 키우고 우유를 나눠 갖습니다. 전체주의에서 정부는 암소를 탈취하고 그 사실을 부인하면서 당신을 군대에 보내고 우유의 유통을 금지합니다. 자본주의에서 당신은 암소 1마리를 팔아서 수소를 사고 송아지를 키워 재산을 불리고 은퇴하여 그 재산으로 여생을 보냅니다.
암소 6마리에 대한 우유판매권이 당신이 소유한 유령회사에 기부되고 이 회사는 다시 당신에게 암소 7마리의 우유판매권을 팝니다. 당신은 연차보고서에 8마리의 암소를 보유한 것으로 발표하고 9번째 암소에 대한 옵션 행사권을 부외거래로 표시합니다. 알 듯 모를 듯 암소 2마리가 9마리로 둔갑했습니다, 수소도 없이. 놀라운 생산력입니다.
이러한 기업 부정에는 특별한 사전 징후가 있을까요. 미국 회사를 대상으로 한 분석결과가 학술지에 실렸습니다(Jensen 등 공저, Climate for scandal, 2007).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는 회사, 발표되는 수익규모가 꾸준히 유지되는 회사, 외부 감사위원의 수가 적은 회사, 사외이사의 급여수준이 지나치게 높은 회사가 회계부정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소위 잘 나가는 회사, 소수 외부 임원에게 많은 금전적 보상을 하는 회사를 유심히 봐야 한다는 얘깁니다.
또 다른 논문(Zingales 등 공저, Who blows the whistle in corporate fraud? 2007)에서는 누가 기업 부정을 잘 적발하는지를 분석했습니다. 놀랍게도 감독기관이나 주주보다는 내부 임직원, 증권사 애널리스트, 언론의 적발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애널리스트는 기업 부정을 평균 395일 만에 밝혀냈습니다.
기업 감시를 위한 정부의 역할이나 주주의 소송제도가 잘 되어 있다는 미국에서조차 이들 공적 기관이나 제도보다 내부인, 증권시장, 언론 등 사적 부문의 역할이 크다는 것이 새롭습니다. 이러한 사적 부문의 기업 감시 기능은 기업의 부정과 잘못된 관행에 대한 국민의 높은 의식수준과 함께 강화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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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바지에 접어든 삼성에 대한 특검 수사와 이후 재판 결과가 궁금해집니다. 내부인의 폭로 동기는 관심 대상이 아닙니다. 이 사건의 결과를 통해 기업 부정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의식수준을 간접적으로 가늠해볼 수 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