孫·鄭, 정면충돌…비례대표 후폭풍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08.03.24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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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실망"VS 손학규측 "계파만 보이나"

孫·鄭, 정면충돌…비례대표 후폭풍


총선 공천을 둘러싼 갈등의 불길이 한나라당뿐 아니라 민주당마저 덮쳤다.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와 정동영(DY) 전 통일부장관은 24일 총선 비례대표 명단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

이번 인선을 보는 양측 시각차가 이유다. 정동영 전 장관은 비례대표 명단 발표 직후 "실망스럽다"며 손 대표를 정면 겨냥했다.



이른바 'DY계' 인사들이 지역구 공천뿐 아니라 비례대표 추천에서도 소외됐기 때문이다. 정 전 장관은 현 최고위원인 박명광 의원과 자신의 대변인격인 이재경 공보실장 등의 비례대표 입성을 기대했으나 이들은 모두 탈락했다.

그는 "이번 인선이 개인적으로 훌륭한 분들이 포함됐음에도 전체적으로 야당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보여주는데 대단히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인내의 한계를 느낀다"고도 했다. 대선 패배 뒤 '잠행'과 '겸손'으로 일관하던 그로선 이례적으로 강한 어조다.



그만큼 충격이 크다는 뜻으로 읽힌다. 정 전 장관측 관계자는 'DY계가 위축됐다'는 분석에 "위축이 아니라 전멸"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손학규 박상천 두 대표가 나눠먹기한 게 명백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전 장관의 이같은 반발에 손 대표측도 물러서지 않았다. 손 대표 측근 인사들이 대거 탈락했는데 정 전 장관이 나눠먹기라고 비난할 수 있느냐는 반응이다. 정 전 장관이 열린우리당 의장이었던 지난 2004년 총선을 통해 DY계가 등장했던 사실이 반격 지점이다.

손 대표의 한 핵심 측근은 "'손학규 사람'이랄 수 있는 인사들이 모두 탈락했다"며 "총선에서 자기 사람을 심었던 정 전 장관이 이제 와서 당을 비난하는 건 말이 안된다, 당은 생각지 않고 계파만 보느냐"며 정 전 장관을 강도높게 비난했다.


손 대표측에선 비서실장 출신인 정성운 당 사무부총장, 대선 경선시절 특보인 조영택 전 조선일보 국장대우 등이 고배를 마셨다. 송태호 전 문화부장관, 이수영 전 교통개발연구원장 등도 탈락했다.

두 사람간 갈등은 지난해 손 대표가 범여권에 합류하면서부터다.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여론 지지도에서 앞섰던 손학규 대표와 당 조직이 강했던 정동영 전 장관은 한 치 양보없는 경쟁을 벌였다. 또 한 명 후보였던 이해찬 전 총리도 가세, 경선전은 가열됐다. 선거인단 접수 과정에 '박스떼기' 논란이 등장하는 등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손 대표와 정 전 장관 사이 갈등이 잠잠했는데 이제 숨길래야 숨길 수 없게 됐다"며 "겨우 견제론에 불을 붙였다, 거기에 찬물을 끼얹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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