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비례대표 인선 "孫이 손 댔다"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08.03.2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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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민주당의 비례대표 인선을 읽는 키워드는 '경제'와 '영남'이다. 모두 민주당이 가장 아쉬운 분야다.

그러나 최대 키워드는 '손학규'다. 손 대표가 추천, 영입한 인사가 상위에 집중 포진됐다. 측근 인사도 눈에 띈다.

반면 열린우리당 시절 최대 계파로 불렸던 정동영(DY)계는 크게 위축됐다. 손학규 체제가 더욱 강화됐다는 분석이다.



경제 분야에선 당 정체성을 이해하는 민간 전문가를 대거 영입했다. 1번에 이성남 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앉힌 게 대표적이다. 중소기업 CEO인 정국교 사장(6번)도 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대안세력을 자처하는 만큼 정책 능력을 인정 받겠다는 뜻이다.

지역적으로 영남 배려가 눈에 띈다. 영남은 민주당 불모지다. 당의 인기가 없어 지역구 공천 신청자조차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이에 손 대표와 신계륜 사무총장이 비례대표 영입에 발 벗고 뛰었다. 비례대표 면면을 보면 꽤 성과가 있다.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4번)은 경남 진양, 전혜숙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감사(5번)는 경북 칠곡, 전현희 변호사(7번)는 경북 구미 출신이다. 17대 때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농림부 장관을 지낸 박홍수 최고위원(16번, 경남 남해)도 영남 출신이다.

손 대표 측근들도 상위 순번에 등장했다. 서종표 전 3군사령관(8번)은 손 대표의 대선경선 시절 지지조직인 선진평화연대 공동대표다. 정국교 사장도 손 대표와 가깝다.


DY계는 지역구 공천에 이어 비례대표 인선에서도 소외됐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명단 발표 직후 "실망스럽다"는 논평을 냈다. 당의 비례대표 인선에 지역구 후보가 유감을 보인 건 이례적이다.

반면 박상천 대표로 대표되는 옛 민주당계는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 신낙균(9번)· 김충조(12번) 최고위원, 김유정(15번) 후보 등이 민주당계다. 손 대표가 '파트너'인 박 대표를 상당히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손학규에 의한' 공천이지만 '손학규를 위한' 공천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경제'와 '영남'이란 화두는 민주당의 총선 목표를 위해 꼭 필요한 과제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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