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달러에 주운 JP모간, 10달러로 후퇴한 이유는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2008.03.24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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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반대+계약서 결함+베어 가치=재협상 급물살

JP모간체이스가 베어스턴스를 당초 합의했던 주당 2달러보다 5배에 달하는 가격으로 인수하는 재협상이 진척되고 있다는 뉴욕타임스 24일자 보도가 나오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또 기존 주주들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한 이번 재협상안이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연준(FRB)이 베어스턴스 매각에 직접 개입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반면 베어스턴스 주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고 2달러 매각 자체에 적지않은 법적 문제가 내포된 것으로 알려지며 베어의 몸값은 치솟고 있다. 비록 전성기에 비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하지만.

◇정부 구제금융 비난은 면하자
연준은 베어스턴스의 부실 자산에 대해 300억달러의 보증을 서겠다는 식으로 개입했다. 그러면서 연준은 JP모간에 대해 주당 2달러 이상의 가격은 지불하지 말도록 지시했다.



베어스턴스의 주주들이 구제받았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이는 정부에 의한 직접적인 구제금융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한 조치였다.

지난주 헨리 폴슨 재무장관도 NBC의 '투나잇 쇼'에 출연해 "베어스턴스는 베어 주주들에게도 고통스러운 상황이었다. 때문에 베어스턴스에 대해 구제금융이 단행됐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매각 가격이 올라가면 세금을 내는 국민들은 "연준이 자신의 위험에 대해 책임을 져야하는 월가를 구제했다"고 거세게 비난할 것으로 보인다. 연준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밤 협상 테이블에서 주당 10달러 매각안 승인을 주저한 이유였다.


매각가가 10달러로 올라간다해도 이는 비싸다고 볼 수 없다. 2주전 베어의 가격은 67달러였으며 일년전 고가는 170달러였다. 베어의 현재가는 5.96달러다.

◇주주들 2달러 매각은 결사 반대
베어의 주요 주주들도 매각에 반대하기로 했다. 파산보호 신청을 할 경우 주당 2달러보다는 더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인 것이다.

영국의 억만장자인 조 루이스는 베어스턴스의 2대주주다. 주당 매입가는 104달러로 전체 주식가치는 12억6000만달러에 달한다. 그는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2달러 매각을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막겠다. 회사와 제3의 인수자가 새로운 전략적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도록 격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베어의 임직원은 전체 지분의 3분의 1을 보유하고 있다. 베어에 오래 몸담은 직원들은 예금마저 잃을 위험에 처했다. 일부 직원들이 맨해튼의 중심가에 있는 본사 앞에서 시위에 나선 배경이다.

한 직원은 웹사이트를 통해 거래에 반대하는 운동을 시작했다. 일부 직원들은 JP모간에서 온 새로운 경영진과 얘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23일 논의한 것처럼 베어의 이사회가 자사 지분 39.5%를 JP모간에 매각한다면 JP모간은 10.5%의 지지만 더 확보하면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다. 5% 정도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베어의 이사진은 이미 찬성 의사를 밝힌 상태다. 5.5%만 더 구하면 된다.

이를 아는 일부 주주들은 이사회가 이례적으로 39.5%의 지분 매각을 결의한다면 이는 매우 강압적인 행동으로 지목하고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JP모간이 10달러 매각에 크게 반대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베어와 거래하는 투자자들이 베어를 떠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JP모간이 인수했다는 소식에도 불구하고 지난주 베어의 큰 고객들은 베어를 통해 굳이 거래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며 2달러 매각이 해명되어야한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2달러 계약서 문제투성이
주주들의 반대 의사 뿐 아니라 2달러 매각 자체가 안고 있는 문제점도 10달러 매각안을 태동시킨 중요한 이유다. 성급하게 작성된 계약서에 중대한 실수가 발견된 것이다. 특히 '주주들이 매각에 반대한다해도 JP모간은 베어스턴스의 거래에 대해 보증을 서야한다'는 문장이 결정적이었다. 이 조건이라면 베어의 주주들은 JP모간의 보증을 요구하면서도 매각 가격은 올릴 수 있다.

이 사실을 확인한 JP모간의 제임스 디몬 최고경영자(CEO)는 얼굴이 새빨게 졌다고 한다. 그는 곧바로 변호사를 불렀고 이 문장을 수정시키는 방안을 연구했다.

경영진과 변호사들은 계약서의 '실수'에 대해 서로를 비난하기도 했다. 궁지에 몰린 JP모간은 지난 20일 매각가 재협상을 통해서라도 인수를 완료시키려는 '진실된' 자세를 보였다. 연준도 협상테이블로 끌어들였다.

디몬은 특히 결사적이었다. 베어에 남는 임직원에 대해서는 현금과 주식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고 했고, 동시에 경쟁사인 모간스탠리의 존 맥, 메릴린치의 존 테인 CEO에게 전화를 걸어 매각과정에서 베어의 직원들을 빼가지 말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지난주 루이스를 포함한 베어의 주요주주들이 전화를 걸어 비난을 퍼붓자 디몬은 매각이 위기에 처했다는 것을 직감했다. 가뜩이나 베어스턴스가 생각보다 덜 부채를 안은 것으로 나타나자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 베어를 파산시키겠다"고 동료들에게 거만하게 말하던 디몬의 체면은 많이 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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