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모기지증권 95% 증발.."생각보다 심해"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2008.03.24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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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안전하다고 믿었던 자산도 3분의1 증발..신용경색 장기화 우려

전세계 금융시장과 경제를 강타한 2007년 여름 신용경색 태풍. 태풍은 겨울을 지나 봄 기운이 완연한 지금도 소멸되지 않았고 급기야 미국 경제는 중앙은행이 공적자금을 투입해야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 태풍의 발원지는 주택시장이다.



주택 가격이 침체를 보이자 모기지로 집을 마련한 소유자들이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하는 사례가 늘어났고 급기야 부도(디폴트와 포클로저) 상태에 빠진 소유자들이 늘어났다. 특히 등급이 낮은 채무자에게 돌아간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도는 그 정도가 심했다.

은행과 증권사 및 이들의 계열사(SIV)들은 모기지를 담보로 모기지담보증권(MBS)를 찍어 팔았다. 규모가 얼마인지, 어느 가격에 내다팔았는지 알 길이 없다.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다.



다만 MBS를 판 은행들이 보유중인 일부를 장부에 반영하면서 천문학적인 손실처리(상각)를 단행하자 뒤늦게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났다. 모기지 급락으로 MBS 가격이 급락했고 이를 섞어 2차 가공해 판 부채담보부증권(CDO) 등까지 동반 급락했기 때문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비율이 높은 CDO의 조정은 이루말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단행된 상각만 2000억달러에 육박하고, 앞으로 남은 상각이 이를 넘어설 것이라는 흉흉한 전망이 난무하는 상황이다.

아직 MBS 등이 어느 정도 하락했는지 객관적인 데이터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시장의 불신이 깊다. 상각이 언제까지, 어느 규모로 지속될 지 미래는 불확실하다.


이가운데 모기지증권의 하락 정도를 가늠해볼 수 있는 구체적인 자료가 나와 관심을 끈다. 24일 영국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JP모간체이스는 최근 캐나다 온타리오 법원에 모기지증권의 가격 평가에 대한 자세한 자료를 제출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소장에 넣어 제출했다.

소장에 따르면 일부 모기지 관련 증권의 경우 3분의 1에 해당하는 가치가 증발했다. 대부분 전문가들이 신용평가사가 최고 등급을 부여하고 있어 안전하다고 판단했지만 실제 가격은 폭락해버린 것이다.



UBS가 발행한 일부 서브프라임 담보 증권은 무려 95%의 가치가 공중분해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경색이라는 태풍이 올 여름을 넘어서까지 기승을 부릴 것임을 피부로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들 증권은 주로 상업용 대출과 중간 등급의 모기지를 담보로 가공된 것이었다.

모기지증권의 가치평가는 회계사들과 당국자들의 조사를 받게될 전망이다. 평가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두고 업계의 논란이 뜨겁기 때문이다.

당국은 은행들이 아직도 자의적으로 모기지 가격을 평가해 장부에 반영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모기지 증권의 손실을 장부에 제대로 반영하라고 압력을 넣고 있다.



그러나 유동성이 증발하며 거래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고 이에따라 은행들은 가격을 평가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하소연하는 실정이다. 일부 펀드들은 같은 이유를 들며 환매 자체를 막고 있다. 제 가격이 파는 게 어려운데, 환매에 부응하기 위해 증권을 팔면 무차별적인 폭락이 불가피하고 이는 도리어 펀드의 추가손실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예상되는 것이다.

한편 미국 은행들은 20개의 캐나다 SIVs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개선을 꾀하고 있다. 이번 가치평가도 이 과정에서 산출된 것이다. 이들 SIVs가 찍어낸 자산담보부 상업어음(ABCP)만 320억달러에 달한다. ABCP는 SIVs가 부채상환을 위해 주로 사용한 단기자금조달 창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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