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지식경제부 업무보고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생필품 50개의 물가대책을 세우면 서민생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데서 비롯된 'MB 물가' 품목이 공개되는 셈이다.
또 관련 부처가 책임을 지고 소관 목록에 대한 가격을 관리할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와 부처간 혼선으로 '만든다', '안 만든다' 논란이 일었던 별도의 생필품 50개만의 이른바 'MB 물가지수'도 신설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정부 경제정책의 주안점을 당분간 '물가 안정'에 두겠다는 의지의 피력으로 읽을 수 있다. 특히 '생필품 50개' 관리가 부처 발이 아닌 이 대통령이 직접 제안하고 챙기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물가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관련 부처들은 이 대통령의 의중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따라가느라 정신이 없는 형국이다. 정부는 통상 금요일에 열리는 경제정책조정회의도 이번 주에는 국무회의 다음날인 수요일로 앞당겨 "물가를 잡겠다"는 의지를 재차 피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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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정부의 '호들갑'에도 시장의 반응은 냉담한 편이다. 아니, 냉소적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업계는 정부가 직접 가격을 통제하는 과거 박정희 정권 식으로 시곗바늘이 뒤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불만이 비등하다. 시장주의를 강조하는 새 정부가 오히려 시장질서를 무력화시키는데 앞장서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비판도 상당하다.
물론 정부는 "매점매석을 방지하는 등 시장과 유통의 비효율성을 제거하겠다는 것일 뿐, 가격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방식이 아니다"고 강변하고 있다. 그럼에도 대통령을 비롯해 '상전'인 정부부처가 서슬이 퍼런 상황에서 정상적인 가격상승 요인이 시장원리대로 반영될 수 있겠느냐는게 업계의 항변이다.
사실 인위적으로 짓눌린 가격은 언젠가는 다시 상품가에 포함된다는 점에서 정부의 물가통제 방식은 일시적인 효과밖에 기대 할 수 없다. 또 물가상승이 국제 유가및 곡물가 상승으로 촉발된 외부요인에 의한 현상이라는 점에서 생필품 50개 특별관리라는 '응급처방'의 약발이 있을지도 의문시된다.
눈앞에 닥친 4월 총선에 맞춘 '민심 잡기용' 이벤트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대통령과 경제정책 수뇌부간의 미묘한 엇박자 기류도 감지된다. 강만수 재정부 장관은 "통화관리로는 물가를 억제하는데 한계가 있다. 미시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한국은행에 금리인하를 요구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하지만 금리를 내리면 물가가 오르게 돼 물가안정 트랜드와는 거리가 있다.
이래 저래 시장은 혼란스럽고 헷갈려한다. 정부가 물가안정과 성장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성장이라는 한마리 토끼라도 제대로 잡자는 것인지. 표를 의식해야 하는 총선때까지는 물가에 방점을 찍으면서 성장정책의 '군불'을 떼는 방식이 이어질 것같은 분위기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주도 국토해양부, 보건복지가족부, 통일부, 법제처, 공정위로부터 릴레이 업무보고를 받는다. 이 대통령이 이번 주에는 어떤 작품과 어록을 생산해낼지도 관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