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산은채 정부보증 유지" 검토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 2008.03.24 08:28
글자크기

외화 자금조달 차질없도록…민영화 이전 발행분

산업은행 민영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금융위원회가 산은의 기존 채권에 대해 정부 보증이 유지되도록 하는 법적 장치를 검토 중이다. 산은 민영화 과정에서 외화자금 조달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23일 금융계에 따르면 산은이 발행한 해외 채권(평잔 기준)은 60억 달러에 이른다. 이를 인수한 해외 투자자들이 민영화에 불안감을 느껴 조기상환을 요구하게 되면 대외신인도에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국내 은행이 발행한 채권의 금리는 산은의 해외채권 금리를 기준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은행 자금조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금융위, 정부보증 장치 유지 '가닥' = 금융위는 우선 산은이 민영화 되더라도 정부 보증의 효력을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행 산업은행법에는 외국 자본을 차입할 때나 산업금융채권을 발행할 때에는 원리금 상환을 정부가 보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부 보증으로 인해 산은이 해외에서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며 "정부 보증이 법에 명시된 만큼 비슷한 수준의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만 투자자들이 불안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지난 20일 "산은 민영화가 외화조달 창구 구실을 지속하는데 문제가 없도록 관련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외국 투자자들의 우려가 없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산은이 민영화된 이후 정부 보증이 계속되는 것은 '특혜' 시비를 낳을 수 있다. 이를 감안해 이번 민영화 과정에서 오해의 소지를 없애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와 관련해 민영화가 마무리될 때까지는 정부 보증이 유지되도록 경과 규정을 신설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과거 외환은행과 국민은행 민영화 과정에서도 특수 기능에 대해서는 경과 규정을 두고 민영화 작업을 진행했다.


금융공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민영화 얘기가 나오지 않는 수출입은행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같은 국책은행이어서 업무를 신속하게 승계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다만 수출입은행의 설립 목적과 다소 어긋난다는 점은 약점이다.

◇산은 발전방안 함께 만든다= 금융위는 산은 민영화와 함께 성장 방안도 제시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구체적인 성장 비전을 제시해야만 '제값'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융위 관계자는 "단순히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다고 해서 높은 가격을 받을 수는 없다"며 "어떤 분야에 강점이 있는지, 어떤 식으로 수익성을 높여갈 것인지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발전방안이 마련되려면 다소 시일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책금융기능(KIF)으로 무엇을 남길 지 등이 우선 결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지주회사 전환 문제없나? = 애초 출자전환 주식이 '산은 지주회사'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돼 왔다. 현행 지주회사법은 비금융회사를 손자회사로 둘 수 없도록 하고 있다. 1년 이내에 지주회사로 전환하려면 이들 지분을 처분해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지주회사법과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하 기촉법)의 예외조항을 고려하면 지주회사 전환에 큰 문제는 없을 전망이다.

현행 지주회사법은 지주회사 전환 전에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에 대해 2년간 유예기간을 부여하고 있다. 또한 기촉법에는 출자전환 주식은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산은이 보유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과 현대건설, 하이닉스 등이 이에 해당된다.

산은이 보유하고 있는 벤처 지분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산은 관계자는 "일반적인 여신행위의 일부로 벤처투자를 할 수 있게 돼 있다"며 "최대 주주인 경우도 있지만 경영권을 행사하지 않기 때문에 자회사로 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벤처 지분 역시 예외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