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식품 이물질 신드롬 확산

머니투데이 홍기삼 기자 2008.03.2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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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쥐 꼬리는 어디에…" 네티즌 비난 봇물

‘생쥐머리, 커트칼날, 곰팡이…’

이번 주 내내 직장인들의 점심화두가 된 ‘식품 이물질’은 사실 밥상머리에 올리기조차 부담스러운 화젯거리였다. 잠시 입안에서 우물대다 서로의 눈치를 봐야할 정도로 이물질의 종류가 엽기적이었다.

월요일이었던 지난 17일 오후 늦게 ‘국민과자’인 농심 (382,000원 ▼4,500 -1.16%) 새우깡에서 생쥐머리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보도되면서 시작된 대기업 가공식품에 대한 불안감은 이틀 뒤인 19일 또 다른 식품 대기업인 동원F&B (30,950원 ▼900 -2.83%)의 참치 캔에서 커트칼날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발견되면서 더욱 고조됐다.



“대기업 제품이 이 정도인데 대체 어떤 제품을 마음 놓고 사먹을 수 있겠느냐. 앞으로 봉지든 캔이든 꼼꼼히 안을 살펴본 뒤 먹어야겠다”

가공식품 이물질 신드롬 확산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상상력을 자극했다. 한 누리꾼은 “쥐의 몸통과 다리, 꼬리는 다른 봉지에 있는 것이 아니냐”고 질타했다. 생우깡 매니어로 보이는 네티즌은 “고소하고 담백한 맛을 내는 새우깡의 비법이 생쥐머리에 있었느냐”며 허탈해했다.



사건이 터진후 해당 식품기업들의 미덥지 못한 태도가 소비자들을 더욱 불안케 만들었다. 농심은 한달 전 이미 소비자 제보를 접수하고도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을 은폐축소하기에만 급급했다는 질타를 면키 힘들었다. 제보를 입수한 식약청이 조사에 나설 때까지 원인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물질이 발견된 농심 새우깡의 경우 아직 정확한 경위가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중국 현지공장에서 이상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계당국은 보고 있다. 이때문에 중국산 원재료를 사용하는 국내 가공식품을 과연 믿고 먹을 수 있느냐, 중국에서 들어오는 식품에 대한 검사체계가 너무 허술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증폭됐다.

이때문에 외국서 들여온 수입 원료나 반재료에 대한 품질검사를 업체에 의존하고 있는 식약청의 직무 태도도 도마 위에 올랐다.


동원F&B는 ‘공정상 그런 칼날이 혼입될 수 없다’고 한 발 빼려다가 더 큰 원성을 샀다. 식약청이 현장조사한 결과, 공정상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식약청 조사결과 해당 제품이 생산된 지난해 7월4일 생산라인의 컨베이어벨트가 끊어졌으며 이를 수리하는 과정에서 공장 직원이 통조림에서 발견된 것과 같은 종류의 칼을 사용해 수리작업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물질 신드롬이 식품업계로 확산되자 해당 업체 뿐만아니라 식품업계 전체가 좌불안석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어디서 또 뭐가 터질지 몰라 하루 종일 뉴스에 매달려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식품업계가 ‘이물질 노이로제’에 빠진 양상이다. 파리가 들어있는 소주가 있다느니, 바퀴벌레가 든 차가 있다느니 흉흉한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소비자들로부터 추가 제보가 잇따를 가능성에 대비, 식품업계는 우선 소비자상담실 등 고객 최접점 부서에 대한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식품업계의 한 고위임원은 “잇따른 이물질 발견으로 해당 회사뿐만 아니라 식품업계 전체 제품에 대한 국민 불신으로 이어질까 걱정된다”며 “업계 전체가 획기적인 공정개선 작업 계기로 삼는 등 신뢰 회복을 이뤄낼 수 있는 방안을 공동으로 찾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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