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4대 은행 중 가장 늦게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게 되는 국민은행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주가 모멘텀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이다.
이병건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주가가 '싸다'는 점은 공감을 하지만 지주회사로 변했다는 것 자체가 주가에 특별한 동력이 될 수는 없다"며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기 위한 모습의 변모일 뿐, 중요한 것은 사업확대를 통해 어떤 결실을 맺느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민은행 주가가 최근 과도하게 빠졌고 여전히 주가는 기업가치에 비해 싼 수준"이라며 "지주회사를 통해 자본조달이 용이해지는 만큼 많은 자본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지주회사와 자회사간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백동호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은행 증권 보험 등 사업 다각화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외환은행 인수에 대한 의지도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지난 20일 "카자흐스탄 BBC은행에 투자하고도 4조원 정도의 투자한도가 남아있기 때문에 외환은행이 매물로 나올 경우 그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며 며 M&A에 대한 의지를 적극 밝힌 바 있다.
증권가의 이러한 평가는 선발 금융지주사인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61,200원 0.00%)의 엇갈린 행보가 잘 뒷받침해준다.
두 회사 모두 금융지주회사라는 외형을 갖췄지만 지주사 출범 후 시장의 평가는 상반된 모습이다.
신한지주 (56,800원 ▼200 -0.35%)의 경우 2001년 9월 지주사 전환후 굿모닝증권, 조흥은행, LG카드 등 실속있는 대어를 낚으며 사세를 키워왔다. 공격적인 M&A 전략은 시장의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냈다. 지주사 출범 당시 1만7000원대였던 주가는 4만9600원(21일 종가)까지 꾸준히 올라 5만원대에 육박하고 있다.
반면 하나금융은 2005년 12월 1일 지주사로 출범한 이래 4만9555원이었던 주가는 내리막길을 걸으며 3만8000원까지 떨어졌고 시가총액도 8조504억원으로 줄었다. 지주회사 출범 당시 김승유 회장은 2009년까지 시가총액 20조원을 달성해 세계 100대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지만 외환은행, LG카드 등 굵직한 M&A에서 줄줄이 실패하면서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신한은 성공적인 M&A를 꾸준히 추진함으로써 회사의 자본활용이 안정적이고 전략적이라는 점을 시장에 보여줬다"며 "하나금융은 은행 빅3와 비교시 한국 은행산업의 성장을 주도할 만한 강점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은행 역시 지주회사라는 외형에 맞춰 적략적인 행동이 나오지 않는다면 시장의 평가는 싸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