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30대 교수에 '테뉴어' 파격부여

머니투데이 대전=최태영 기자 2008.03.21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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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개혁 조치에 국내 대학에서도 주목

KAIST가 30대 부교수에게 정년보장과 다름이 없는 '영년직'(테뉴어)을 부여했다. 이는 사실상 국내 대학사회에 보기 드문 파격 인사다.

KAIST는 이번 조치는 지난해 테뉴어 심사에서 교수들을 무더기 탈락시킨 데 이은 연장선에서 시행하는 것으로 국내 교수사회에 또 다시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KAIST, 30대 교수에 '테뉴어' 파격부여


21일 KAIST에 따르면 지난말 말께 열린 '테뉴어'(정년보장) 심사에서 건설환경공학과 손 훈(38) 부교수에게 정년이 보장된 상태에서 연구와 강의 등을 할 수 있는 테뉴어를 부여했다.

서울대와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학위를 취득한 뒤 2007년부터 KAIST에서 근무하고 있는 손 교수는 구조물 안전진단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평가받고 있다.



손 교수는 그동안 구조물의 현재 상태에서 계측한 신호만으로 손상 부위를 찾아낼 수 있는 '무기저 손상 감지 기법(reference-free)'을 독자적으로 개발, 구조물 안전진단 기법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손 교수가 30대에 정년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된 것은 서남표 총장의 개혁 조치 가운데 하나다. KAIST는 서 총장 취임 이후 '정교수 승진 후 7년 이상 근속자'에게 테뉴어 신청 자격을 주던 것을 지난해부터 '신규임용 후 8년 이내'로 규정을 고쳤다.

이에 따라 지난해 9월에도 KAIST 출신으로 서울대 의대 부교수를 지낸 조광현 바이오뇌공학과(37) 부교수가 임용 직후 30대의 나이로 테뉴어 심사를 통과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KAIST의 잇단 개혁조치에 대해 일부 부정적인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젊은 과학자들의 연구의욕을 떨어뜨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 때문이다.

KAIST의 한 교수(영년직 교수)는 "그동안 정교수 승진 이상자에게만 테뉴어 신청 자격을 줘왔던 것은 정교수가 되서도 연구를 게을리 하지 말라는 뜻이 담겨있었다"며 "연공 서열 없이 연구성과가 분명한 교수에게 혜택을 부여하는 것도 좋지만 자칫 연구 분위기를 해칠 수 있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KAIST의 다른 관계자는 "테뉴어를 일찍 부여받더라도 연구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에 차등을 두기 때문에 연구 의욕이 떨어지는 것을 충분히 방지할 수 있다"며 "엄격한 테뉴어 심사 제도 도입 이후 세계 각지에서 젊고 유능한 과학자들의 신규 지원이 늘고 있는 추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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