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쥐깡파동 농심 "하나를 보니 열을 알겠네"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강미선 기자 2008.03.2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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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소비자.주주들 항의에 둔감..총수 위주 주주정책 불만 커져

새우깡 파동으로 된서리를 맞은 농심 (382,000원 ▼4,500 -1.16%)이 문제에 대한 대응이나 주주정책면에서도 소비자와 주주들의 목소리를 외면, 리레이팅 되기 힘든 저평가주일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증시에서 나오고 있다. 칼날 참치캔으로 도마에 오른 동원F&B도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소위 가치주 투자자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는 주식인데도 성장형 가치주로 도약하지 못하는 이유가 최근 이물질 파동의 대응과 주주가치 구현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는 것이다.



소비자운동 전문민간단체인 한국소비자연맹이 지난 2007년 8월부터 2008년 1월까지 6개월간 가공식품 안전위생 고발 1980건중 이물질 신고 1071건을 분석한 결과, 농심은 58건의 이물질 신고로 1위였다.

그만큼 제품을 많이 판 원인도 있지만 이물질 검출 빈도를 보면 농심의 사고가 우연만은 아니었던 셈이다.



또 농심은 새우깡에 이물질이 섞여 있다는 것을 한 달 전에 알고도 제품회수나 생산중단 없이 사건을 덮는 데에만 급급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식약청이 조사에 나서고 언론에 보도되자 뒤늦게 대응에 나선 것도 늑장 대응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는 것.

증권업계에서는 지난해 코스피 지수가 2000을 넘어서는 대호황이 왔음에도 농심 주가가 뒷걸음친 것에 대해서도 원자재 가격 상승, 라면 수요 위축 등 외부 요인 외에 주주 환원 확대 정책의 실종에서 찾기도 한다. 지난해 연초 28만원대이던 농심은 연중 내내 힘없이 꺾이며 17만원대까지 밀렸다.

R&D센터 건립 과정에서 농심은 자금 여유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서도 의도가 불분명한 전환사채(CB)를 발행하기도 했고 지주사 체제도 상속 작업을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농심의 대주주는 농심홀딩스(32.72%)와 신춘호 회장(7.4%) 등으로 2세 경영인은 농심홀딩스 지분(신동원 농심 부회장 36.13%, 신동윤 율촌화학 사장 19.7%)을 통해 농심을 우회 소유하고 있다. 또 농심홀딩스가 그룹의 투자사업을 맡기보다는 비상장사(메가마트)를 통한 업종 확대(농심캐피탈 등)가 이뤄지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음식료 담당 애널리스트는 “농심의 의욕적인 중국 사업이 가격 책정, 주고객층 설정 등에서 실패해 어려운 국면으로 안다”며 “매출비중은 전체매출의 3~4%에 불과하지만 새우깡 파동으로 인해 무형의 브랜드 가치 훼손을 감내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사가 생산한 참치캔에서 금속물질이 나와 홍역을 치르고 있는 동원F&B (30,950원 ▼900 -2.83%)도 대표적인 음식료 가치주로 꼽힌다. PBR이 1배 미만(0.48)로 안정적인 이익을 올리면서 국내 1위의 참치식품업체로 시장지배력이 크기 때문.

하지만 주가는 지난해 8월10일 8만5500원으로 최고가를 찍은뒤 내리막길을 걸으며 3만원대까지 주저앉았다.

또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동원F&B (30,950원 ▼900 -2.83%)는 이번 사태에 대한 회사측의 안일한 대응으로 소비자 불신이 커질 경우 제품단가 인상이 쉽지 않아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JP모간은 동원F&B 지분 3.48%를 처분해 보유 지분을 7.09%에서 3.61%로 낮췄다고 공시했다.



이물질 검출의 단골 기업이기도 한 남양유업, 롯데제과, 롯데칠성 등도 유사하다.

한 증권사 기업분석팀장은 "시장을 스스로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기업은 소비자와 주주의 평가에 둔감해지기 쉽다"며 "생쥐 새우깡 사태같은 일을 겪으면서 스스로를 일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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