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씨 고집?' 알고 보니 '의리의 만수'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08.03.20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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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한 경제-카스테라]

#장면 1. 1998년, 강만수 재정경제원 차관(현재 기획재정부 장관)이 '외환위기의 주범'이라는 오해를 받으며 과천 청사를 떠날 때다. 당시 운전사인 김기철씨는 강 차관을 태우고 청사 근처 성당에 차를 세우고 펑펑 울었다. 강 차관도 눈시울이 뜨거워졌지만 "울지 마라"고 위로했다.

#장면 2. 강 장관의 비서 심미란씨는 늦깎이 결혼을 앞두고 있다. 심씨에게 강 장관은 '제2의 아버지'다. 그의 핸드폰에 강 장관은 '설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저장돼 있다. 전라도가 고향인 그에게 경상도 출신의 아버지는 낯설지만 혼주 자리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다.



10년전 강 장관은 과천청사를 떠나며 운전사인 김 씨와 비서인 심 씨에게 자리를 마련해줬다. 하지만 이들은 강 장관이 마련해준 직장에 출근하자 마자 사표부터 냈다. 강 장관을 버리고 다른 곳에 간다는 것이 일종의 '배신'같다는 생각에서다.

이들은 당시 디지털경제연구소 이사장으로 재직하던 강 장관에게 돌아갔다. 직함은 거창했지만 디지털경제연구소는 강 장관 자신이 세우고 자신의 강의료로 운영하는 곳이었다. 사실상 '백수'였던 그에게 운전사와 비서는 '사치'였지만 그들을 받아들였다. 강 장관은 내색하지 않았지만 그들의 출근 첫날 사표가 마음에 걸렸다고 한다.



'10년의 야인생활' 뒤 강 장관은 화려하게 복귀했다. '올드보이의 화려한 귀환'이라는 평이다. 강 장관은 '10년의 야인생활'을 함께 견뎌준 친구들을 불렀다.

강 장관보다 4살이나 많은 김 씨는 강 장관이 원하는 곳이면 어느 곳이든 간다. 10년 전 강 장관에게 "꼭 돌아가실 겁니다"라고 당차게 얘기한 심씨는 재정부 장관 비서실 한 쪽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달 취임 후 강 장관은 '킹만수', '금융 소통령' 등으로 불리며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하지만 그와 1주일만 같이 있으면 강인한 인상 뒤에 자리하고 있는 소탈하고 인간적인 면을 알게 된다고 주위 사람들은 전한다.


심씨는 "예전에 한 비서가 강 장관의 비서로 꼽혀 울상이었던 적이 있었는데 1~2주 후에는 싱글벙글하는 모습으로 나타났다"며 "외부에 보여진 독불장군의 이미지는 겉으로 드러난 이미지일 뿐"이라고 귀띔했다.

'재무부 강씨 고집'이라는 다소 부정적인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강 장관의 또다른 모습이다. 예전 인기를 모았던 TV드라마 '한지붕 세가족'의 만수아빠와 같은, 요즘식으로 별칭을 붙이면 '의리 만수'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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