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 거품 꺼지나… 원유 등 일제 급락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8.03.20 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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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17년만에, 금은 1년 반만에 최대폭

국제유가가 차익매물이 쏟아지면서 17년만에 최대폭으로 하락했다.
금 은 밀 등 최근 수주동안 사상 최고가 행진을 거듭했던 상품 가격도 일제히 급락했다.

1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는 전날에 비해 배럴당 4.94달러(4.5%) 떨어진 104.48달러로 마감했다.
WTI는 장중 한때 102.95달러까지 떨어지는 약세를 보였다.



에너지 재고 증가가 예상에 미치지 못했다는 발표가 있었음에도 유가 급락세에 제동이 걸리지 않았다.

앞서 이날 미국 에너지청(EIA)은 지난주 미국의 원유 재고가 전주 대비 20만배럴 증가한 3억1180만배럴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월가 전망치인 230만배럴을 크게 밑도는 것이다. 휘발유 재고는 19주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앨러론 트레이딩의 필 플린 부사장은 "상품시장의 거품이 빠지고 있으며, 파티는 끝났다"고 단언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금융위기의 대안으로 상품에 투자했던 자금을 빼내고 있다"고 말했다. 플린 부사장은 "재고발표가 없었더라면 유가는 훨씬 더 떨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9.97센트 떨어진 2.5603달러, 난방유 역시 갤런당 12.12센트 하락한 3.0167달러를 기록하는 등 에너지 가격이 전반적으로 약세를 기록했다.

4월 인도분 금 가격은 온스당 59달러(5.9%) 급락한 945.30달러로 장을 마쳤다.
금가격 하락폭은 2006년 6월 이후 최대이다. 은 선물 낙폭도 7%에 달했다.
밀 선물 가격 역시 부셸당 7.7% 급락, 10.74달러에 거래됐다.


최근 수주일동안 상품가격 랠리가 지속되면서 금 백금 등 귀금속과 밀 등 상품가격은 최고가 행진을 펼쳐왔다. 인플레이션과 신용경색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한 대체자산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대니얼 랩 AIG그룹 상품담당 이사는 "가격이 이정도까지 치솟은 이상 일정 시점에서 반락하는 것은 필연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전날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금리를 시장의 전망치보다 소폭인 0.75%포인트 인하하면서 달러가치가 반등한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마이크 모란 다이와 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발표는 인플레에 대해 보다 관심을 기울이고, 금리인하에 보다 신중한 자세를 취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며 상품시장 약세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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