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발언을 꼼꼼히 따져보면 일관성이 없다. 자율과 경쟁을 강조하다가 "라면값 100원"을 운운하며 정부의 세세한 개입을 강조하기도 한다. "난 본능적으로 노동자 프렌들리"라고 하면서도 '반 노동자' 같이 들리는 발언도 내놓는 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0일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서 "세계화, 개방화된 사회에 맞게 실질적 효과가 있는 규제개혁이 필요하다"며 "공직자들의 자세만 달라져도 규제의 50%는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규제 최소화'라는 대선 공약과 일맥상통한다.
이어 19일 법무부 업무보고에서는 "50개 생활필수품의 물량공급을 조절하는 등 집중 관리하면 서민물가는 잘 될 것"이라며 '물량공급 조절'이란 표현까지 썼다.
국정운영 방식에 대한 철학도 갈피를 잡기 어렵다. 이 대통령은 지난 10일 재정부 업무보고에서 "경제의 상당 부분은 심리"라며 "국민들이 편안하게 소비와 투자 등 활발한 경제활동을 하도록 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경제는 국민들의 몫이고 정부는 큰 틀에서 환경만 조성하면 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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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극히 세부적인 부분까지 직접 언급하며 정부의 대응을 주문하기도 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당장 라면값이 100원 올랐는데, 평소 라면을 먹지 않는 계층은 신경쓸 일이 아니지만 서민들에게는 100원 인상이 큰 타격"이라고 했다. 지난 10일 재정부 업무보고에서는 하루 220대가 오가는 지방의 한 고속도로 톨게이트 얘기까지 꺼냈다.
노동자에 대한 발언도 '친 노동자'와 '반 노동자'를 오간다. 이 대통령은 지난 13일 노동부 업무보고에서 "나는 태생적으로, 본능적으로 노동자 프렌들리(친 노동자)"라고 했다. 그는 "굳이 따지면 나 자신이 노동자 출신"이라며 "내 마음 속에는 노동자 프렌들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19일 법무부 업무보고에서는 "한국 국민의 대부분은 법과 질서보다 떼를 쓰면 된다, 단체행동하면 더 통한다는 의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노동자 진영을 자극할 만한 발언을 했다. 지난 10일 한국노총 창립 62주년 축하 메시지에서는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해 법과 원칙을 엄정하고 공정하게 집행하겠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를 놓고 '실용주의'라는 명분 아래 일관성을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들이 나온다.
이준구 서울대 교수(경제학부)는 "실용주의가 도를 넘으면 원칙이 실종된다는 점에서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과도한 실용주의의 폐해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편의주의적, 실용주의적 사고에 젖어 있으면 원칙이 바로 서기 어렵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