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닉 또 오나..금융시장 '불안 불안'

더벨 황은재 기자 2008.03.19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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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달러 부족" 호소.."정부, 환율 상승 용인"

이 기사는 03월19일(16:21)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금융시장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하로 안정을 찾는 듯했지만 '금리인하도 신용경색을 해결하는 근본 처방이 되지 못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다시 패닉이 나타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달러/엔 환율은 100엔대로 상승했다가 다시 두자리 수로 돌아왔다. 국내 금융시장에서 채권금리는 폭등하고 환율도 등락을 반복하는 등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됐다. 글로벌 금융회사의 유동성 위기설까지 확산되면서 금융시장 불안을 가중시켰다.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달러 부족'을 호소하는 곳이 늘어났다.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대해 정부 당국의 '오럴 리스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사태를 너무 안이하게 봤다는 것이다.이날 최중경 기획재정부 1차관은 "당분간 환율이 급변동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환율은 급변동했다.



채권금리 속등·환율 한 때 상승..당국 개입으로 하락

18일(현지시간) 미국이 0.75%포인트 금리인하를 단행해 국제금융시장이 신용경색의 쇼크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다우지수는 금융주를 중심으로 5년8개월만에 최대폭으로 오르며 1만2392.66으로 거래를 마쳤다. 연준의 금리인하와 2000억원의 유동성 공급이 효과를 보일 것이란 긍정적 기대가 확산됐다.

우리나라 시장도 미국 시장의 안정을 바탕으로 원/달러 환율은 전날에 이어 하락하며 한 때 1000.60원까지 떨어졌다. 채권가격은 상승했고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던 원화에 대한 달러 프리미엄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반나절이 지나자 상황이 달라졌다. 오후들어 원/달러 환율은 낙폭을 좁히며 상승 반전해 1018.50원까지 올랐다. 다만 장 마감전 당국의 개입으로 추정되는 달러 매도로 환율은 4.90원 하락 마감했다.

환율이 상승하자 채권금리는 속등했다. 3년만기 국고채는 전날보다 0.12%포인트 상승한 5.30%, 5년만기 국고채는 0.14%포인트 오른 5.35%로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오르자 자산운용사들은 달러선물 매수에 나서며 환율 상승 가속기에 시동을 걸었다. 오전에 순매도였던 투신사의 달러선물 거래는 1233계약 순매수로 거래를 마쳤다.

"달러 부족"..글로벌 금융회사 유동성 위기설 가세

원화와 달러화를 교환하는 통화스왑(CRS) 만기 1년물은 전날보다 0.25%포인트 떨어졌다. 원화대비 달러화 프리미엄은 0.27%포인트나 올랐다. 그나마 장 후반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으로 환율이 하락해 프리미엄 상승폭이 다소 준 것이다.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금융시장 불안에 대해 '연준의 금리인하로는 신용경색을 잠재우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달러 유동성도 매마르고 있어 금융시장에 '피'가 돌지 않는다고 아우성 쳤다.

외국은행 관계자는 "외국 IB들이 국제금융시장에서 달러 모으기에 나섰다"며 "연준이 금리를 인하했지만 부족한 달러를 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에 있는 외국은행도 달러 조달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영국계 금융회사의 파산설도 확산되면서 불안심리를 부추겼다. 여기에다 국내 채권 시장의 큰 손인 외은 지점 가운데 일부가 달러 유동성 확보를 위해 채권투자규모를 줄이고 있다는 소문까지 가세해 채권시장과 스왑시장, 외환시장은 동반 혼란 상태에 빠졌다.

외환당국, 환율 상승 요인하나

금융시장에서는 시장 혼란 요인 가운데 하나로 정부의 '환율 상승 용인' 발언을 꼽았다. 최중경 차관은 "원화는 수년간 고평가 돼 왔기 때문에 최근 원/달러 환율이 일부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지만 시장의 급격한 변동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율의 큰 방향은 상승이며 정부는 속도 조절에 중점을 두겠다는 발언으로 해석됐다. 이 때문에 참가자들은 당국이 대규모 매도 개입에는 소극적일 것으로 분석했고 달러 매도보다는 저점 매수를 지속했다.

결국 환율은 낙폭을 줄였고 환율 상승에 따른 금융시장 패닉이 다시 재연된 것이다. 환율 상승, 투신사 달러 선물 매수, 달러자금 부족 인식, 스왑시장 혼란, 채권금리 상승 등으로 연결됐다.

국내은행의 채권딜러는 "오후에 달러 매도 개입이 있었지만 개장전 최 차관이 환율 상승을 용인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은 것이 이날 시장 혼란의 요인 가운데 하나"라고 꼽았다. 말 조심만 했어도 금융시장 혼란을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다른 국내은행 스왑딜러는 "시장 패닉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며 "이제 시장은 진흙탕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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