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도 'M&A'와 '우회상장'?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2008.03.19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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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도 'M&A'와 '우회상장'?


주식시장에서 빈번한 '인수합병(M&A)'과 '우회상장'이 정치권에서도 나타났다. 그렇다고 정당이 거래소에 상장된다는 말은 아니다.

4.9 총선을 앞두고 복잡한 '창당' 작업을 거치기 바쁜 정치 세력이 기존 정당을 '접수'하는 상황을 빗댄 표현이다.



한나라당 공천 심사에서 탈락한 친박(친 박근혜) 세력이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가칭) 친박연대'가 그렇다.

모태는 지난해 9월 창당한 참주인연합이다. 참주인연합은 정근모 전 과학기술부 장관의 대권 도전의 토대가 됐던 정당. 당대표는 대통합민주신당에서 뛰쳐나온 김선미 의원.



그러나 정 전 장관이 대선 기간 중 이회창 후보 지지 선언을 하고 물러나면서 이 정당의 활동은 흐지부지됐다. 대표를 맡고 있는 김선미 의원이 통합민주당에 복당 신청을 하는 등 사실상 와해 상태였다.

그런데 '친박' 성향의 당협위원장들(원외인사)이 공천 탈락 이후 참주인연합에 둥지를 틀면서 조직 색깔이 변모하기 시작했다.

참주인연합이 기독교적 색채의 보수 성향이었던 만큼 친박 성향 인사들이 외곽 둥지로 이 곳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호적' 인수합병(M&A)이 이뤄진 것. 지난 14일에는 당명도 미래한국당으로 바꿨다.


이어 19일 이규택 의원, 엄호성 의원 등 '친박' 성향의 현역 의원과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 홍사덕 전 원내대표, 함승희 전 의원 등 '박근혜 캠프' 지도부가 대거 가세하며 조직을 완전 장악했다.

지도 체제도 서청원 이규택 공동 대표 체제로 확정했다. 현 '경영진'은 물러났다. M&A가 끝난 셈이다. 미래한국당은 곧바로 당명을 '친박연대'로 바꾸고 총선전에 나설 태세다.

이들이 새 정당을 창당하는 대신 이같은 방식을 취한 것은 물리적으로 부족한 시간과 인재풀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현 정당법에 따르면 창당을 하려면 최소한 5새 시도당을 갖춰야 하고 각 시도당은 최소 1000명의 당원을 모아야 한다. 하지만 수도권 낙천자들이 중심이 된 현재 인력풀로는 이 조건을 충족하기 쉽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이에비해 기존에 있는 정당을 활용할 경우 별도의 노력이 필요없는 데다 현역의원 숫자에 맞춰 국고보조금도 지원받을 수 있는 메리트가 있다.

다만 친박 성향 낙천자들이 다 우회상장의 길에 동참한 것은 아니다. 김무성 의원을 중심으로 한 영남권 인사들은 '무소속 연대'를 추진 중이다.

방향의 차이보다는 수도권(친박연대)과 영남권(무소속)간 지역 분위기 차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총선 활동에선 양측이 공동 보조를 취할 것이란 얘기다.

M&A와 우회상장에 이은 비슷한 업체간 '전략적 제휴'인 셈이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이들의 최종 목표는 적대적 M&A. 그 대상은 한나라당이다.

한편 '친박 연대'란 생소한 이름이 정당명으로 쓰일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논란이다. 미래한국당(구 참주인연합)은 중앙선관위에 이 문제에 대한 유권해석을 의뢰했지만 선관위측은 아직 확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논의중이지만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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