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잡기 총대 멘 재정부 '딜레마'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08.03.18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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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의식한 조급한 물가 안정 대책

이명박 대통령에 이어 한승수 국무총리까지 물가안정이 필요하다고 공무원을 옥죄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물가안정에 그토록 구두개입을 하는 이유는 뭘까. 이명박 정부의 '구두개입'에서 정치논리에 빠진 이명박 경제의 딜레마를 엿볼 수 있다.

◇위에서 시키지만 할 게 없다=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8일 "대통령의 발언으로 물가안정 대책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마땅치 않다"고 토로했다.



이미 당정 정책협의회와 서민생활안정대책회의를 통해 나올 수 있는 물가 안정 대책안이 대부분 나왔는데 뭘 또 내놓아야 하느냐라는 반응이다.

이 대통령은 전날 지식경제부 업무보고에서 "생활필수품 50개의 물량수급을 정부가 직접 관리해 서민물가를 안정시켜라"고 지시했다. 한 국무총리도 국무회의에서 "서민의 생활필수품을 중심으로 물가안정에도 각별히 신경 써 달라"고 강조했다.



위에서 열심히 '구두개입'을 단행하고 있지만 실무 입장에서는 특별히 할 일이 없다. 다만 공무원들은 '50개 생필품'을 분주하게 찾는 등 성의를 보일 뿐이다.

강대창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에서 내놓을 수 있는 대책은 다 나왔다"며 "외부요인에 의한 물가상승이어서 딱히 내놓을 만한 대책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는 하라, 저기서는 못하겠다=정부가 내세운 대책안도 제대로 실행될 지 의문이다. 부처별로 입장이 달라 서로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정부는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에 적용되는 할당관세를 현재 3%에서 추가로 낮추는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국내 정유산업에 부정적이라는 이유로 지식경제부가 반대하고 있다. 재정부와 지경부는 전기요금 인하 관련해서도 엇박자를 보이고 있어 실제로 전기요금이 인하할 지 미지수다.

재정부와 지방자치단체와의 의견 차이도 있다. 재정부는 새로운 학기를 맞이해 학원비 인상에 대해 철저한 단속 방침을 내놓았다. 하지만 서울시 교육청은 수강료 상한제를 없애기로 했다.



이달초 서민생활안정대책회의에서 정부는 제품 가격을 과도하게 올린 것이 적발된 업체에 대해서는 필요한 경우 세무조사 등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국세청은 기획재정부의 업무보고를 통해 기업경영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표본 세무행정 체제를 강화해 최대한 세무조사를 자제키로 했다.

◇시장 친화적인 정부가 협박?=재정부의 세무조사 강화 방침은 이명박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기업 친화적)'와도 어긋난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통신요금 인하 추진도 시장에서는 사실상 '압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게다가 '50개 생필품 관리'는 1970~80년대식의 가격통제와 다르지 않다는 우려가 높다. 재정부 관계자 역시 "90년대초처럼 가격통제를 할 수 있는 근거가 사라진 상황에서 가격을 통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강 연구위원은 "가격통제는 효과도 제한적이고 시장 친화적이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 방향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명박 정부가 서두르는 이유는?=이명박 정부가 딜레마를 안고서도 물가를 잡으려는 이유는 무엇보다 총선이 다음달로 바짝 다가왔기 때문이다. '표'를 의식한 조급함이다.

물가를 잡지 못하면 총선에서의 한나라당의 선전을 기대할 수 없다. 한나라당 공천에서 친박 성향의 후보자들이 많이 탈락한 가운데 총선에서의 승리는 이 대통령의 향후 정책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청와대가 해명에 나서긴 했지만 이 대통령의 '경제안정을 위해 정치안정이 필요하다'라는 발언은 다분히 정치적인 발언이다. 아울러 이 대통령의 옛 산자부의 에너지대책에 대한 질책은 옛 정부를 겨냥한 것이다.

특히 그동안 '관망'으로 일관한 환율당국이 청와대에서 열린 거시경제정책협의회이후 구두개입에 나섰다. '매파'인 강만수 재정부 장관이 자신의 견해를 꺾은 것은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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