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쇼크'에 웃는 투자귀재들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08.03.19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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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거래 파생상품, 넉달새 2배 수익… 금 예금도 이중 수익

#금융자산으로 20억원을 굴리는 강남의 최 모씨. 지난해 10월 주식펀드 수익률이 떨어지자 2억원을 파생상품 선물에 투자했다. 레버리지를 활용해 원유를 배럴당 82달러씩 1만배럴(10계약)을 매입했는데, 지난 17일 유가가 110달러를 돌파한 직후 처분해 28만 달러의 차익을 얻었다.

최씨는 투자 당시 달러당 915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이 1030원선에 육박한 덕분에 환차익 3만달러 까지 챙겼다. 4개월여만에 배 이상의 수익을 올린 셈이다.



#소액 투자자 김 모씨의 사례는 극적이다. 그 역시 지난해 10월말에 불과 200만원으로 파생상품 선물 투자를 시작했다. 종자돈의 절반인 100만원으로 12월물 옥수수 선물을 샀다. 투자규모는 증거금 제도를 활용해 1700만원어치. 그는 한달 뒤 옥수수 가격이 오르자 이를 처분해 55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 성과에 고무된 김씨는 투자규모를 늘려 나갔다. 255만원으로 3월물 옥수수 2계약(4000만원)을 재매입했는데, 이번에도 옥수수 가격이 폭등하는 바람에 2월말에는 계좌 평가액이 1000만원으로 불었다. 이를 곧바로 정리한 후 5월물 설탕 선물에 3000만원, 옥수수 선물 1억원을 각각 사고 파는 과정에서 투자원금을 4000만원으로 불렸다.



현재는 금 선물 5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는데, 가격이 온스당 940달러에서 1030달러까지 올라 평가익이 6000만원을 웃돌고 있다. 김 씨는 "호기심으로 소액을 투자했는데 얼떨결에 3000%에 가까운 투자수익을 거뒀다"고 말했다.

최근 국제 원자재 가격과 함께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국내 경제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최씨나 김씨 처럼 시장의 급변동을 '즐기는' 경우도 있다.

대개 원유, 비철금속 등 원자재 파생상품 선물을 달러화로 투자한 이들로, 예상밖의 환율 급등이 수익률을 끌어 올렸다. 강남의 고액 자산가 뿐 아니라 일반 소액 투자가들도 수혜를 보고 있다는 게 은행권의 전언이다.


파생상품 선물은 원유, 광석, 농산물 등의 미래가격을 예상해 투자하는 것으로, 거래 형태가 주가지수 선물·옵션과 유사하다. 선물회사에 계좌를 만들면 거래할 수 있고, 최근에는 HTS를 통한 인터넷 거래까지 가능해 강남의 고액자산가 중심으로 투자가 확산되는 추세다.

파생상품 선물은 달러화를 기준으로 거래가 이뤄져 환차익과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는데, 환율이 오르면 차익이 커진다. 증거금 제도를 활용해 원금 대비 5~10배까지 투자규모를 늘리면 환차익·환차손이 확대된다.



파생상품 투자가들에게는 요즘처럼 좋은 시절이 없다. 국제 원자재가격이 급등하는데다 원/달러 환율도 덩달아 오른 탓이다. 예컨대 1000만원으로 1억원어치를 투자한 경우 환율이 10%만 올라도 원금대비 100%의 수익률이 가능하다.

배정석 유진투자선물 팀장은 "지난해 부동산 경기가 꺾이고 증시마저 약세로 돌아서 상품선물에 투자하는 거액 자산가들이 늘어났다"며 "원유, 원자재, 농산물 등 가격흐름이 좋아 수익을 본 투자가들이 많고 최근에는 환율급등에 환차익까지 얻고 있다"고 전했다.

파생상품 뿐 아니라 거액자산가들이 선호하는 금(金) 예금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금 예금은 원화를 달러화로 바꿔 금을 매입한 후, 이를 통장에 넣는 방식이다. 통장 잔액은 '골드 OOg' 등으로 표시된다. 이자가 없기 때문에 은행 PB센터를 찾는 강남권 자산가들에게 주로 판매됐는데, 국제 금가격 상승으로 매년 두자리수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대표 상품은 2003년11월 출시된 신한은행의 '골드리슈'. 현재 3만계좌 이상이 있고, 예치된 금의 규모는 8톤846kg, 평가액은 2774억원에 달한다. 원/달러 환율이 930원대였던 지난해 9월초 금을 예금했다면 6개월간 금값 상승률(48.2%)에 환율 상승분까지 덤으로 얻게 된다.

은행 관계자는 "금 예금은 경기 침체기에 자산가치를 유지하려는 부유층 고객들을 대상으로 설계된 상품"이라며 "최근에는 상품가격 상승에 더해 환율까지 올라 여느 투자상품보다 수익률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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