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지각변동..JP모간 독주시대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2008.03.18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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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 시총 1000억불 붕괴..버핏의 BOA는 컨트리 투자로 곤혹

씨티그룹 969억4168만달러, JP모간체이스 1369억1450만달러, 아메리카은행(BOA) 1597억4250만달러.

17일(현지시간) 미국 상위 3개 상업은행의 시가총액이다. 이날 JP모간은 10.3% 급등한 반면 씨티는 5.9% 급락했다. BOA는 0.8% 올랐다.

작년 말 기준 자산 규모는 씨티가 가장 크고 다음이 BOA, JP모간 순이었다. 그러나 지각변동이 심하다. 중심에는 JP모간이 있다.



시가총액은 이미 JP모간이 씨티를 제쳤다. 차이가 크다. JP모간은 곧이어 BOA마저 제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베어스턴스를 주당 2달러에 사들인 게 결정적인 모멘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20세기초까지 미국의 중앙은행 역할을 하던 JP모간이 제2의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JP모간, 1위 은행 멀지 않았다..200여년 역사의 저력
JP모간의 공식적인 설립연도는 1838년이다. 이때 런던 상업은행을 설립했다. 그러나 역사는 훨씬 길다. 회사 홈페이지에 따르면 1799년 법인을 설립해 등기를 마쳤다. 210년이라는 유구한 역사를 지닌 것이다. 1940년 미국 증시에 상장됐으며 2000년 체이스 맨해튼과 합병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공식 명칭은 따라서 JP모간 뒤에 체이스를 더한 JP모간 체이스다. JP모간이 세계 금융사에 남긴 발자취는 긴 역사에 충분히 부합한다는 평이다.

창업자인 존 피어폰트 모간은 지금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탄생하기 전, 19세기에서 20세기초 사실상 중앙은행 역할을 했다. 1895년 미국이 대규모 적자로 위기에 처하자 자신의 이름으로 채권을 발행해 유동성 위기를 구원했다. 20세기 들어서도 정부와 시장의 중개자 역할을 하며 평범한 민간은행 이상의 책임을 다했다. 그에 걸맞은 명예와 특권도 누렸다.

이번에 베어스턴스를 인수하게 된 것도 이같은 배경을 바탕으로 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신용경색 위기를 계기로 JP모간이 자산이나 시가총액 등 모든 면에서 실질적인 1위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미국 1위는 세계 1위다.


씨티가 자산 1위지만 자산의 질에서는 이미 한참 밀린다. 단적으로 JP모간의 서브프라임 손실 규모는 37억달러, 씨티그룹은 220억달러로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씨티의 자산중 상당 부분은 '썩은' 상태다.

가뜩이나 JP모간은 본사 건물 가격만 12억달러에 이르는 베어스턴스를 주당 2달러, 2억4000만달러(2400억원)에 사들였다. 이번 금융위기만 잘 넘기면 베어의 가치는 10배, 100배로 뛸 가능성이 높다.



상업은행인 JP모건의 지난해 투자은행(IB) 부문 순매출은 63억달러로, IB를 전문으로하는 골드만삭스(60억달러)나 씨티그룹(58억달러), 모간스탠리(51억달러) 등을 앞섰다.

베어까지 흡수한 JP모간은 상업은행 뿐 아니라 투자은행 부문에서도 독주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씨티의 몰락..시총 1000억달러도 붕괴
씨티그룹은 홈페이지를 통해 자사의 고객 계좌가 2억개에 이른다고 밝히고 있다. 지점은 전세계 100여개국에 걸쳐 분포돼 있다. 그룹 산하의 씨티은행이 설립된 연도는 1812년, 핸드로이은행은 1870년, 스미스 바니는 1873년, 바나멕스는 1884년, 살로몬 브러더스는 1910년이다. 역사에 있어 절대 JP모간에 뒤지지 않는다. 유구한 역사속에서 씨티는 숱한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렸고 미국을 대표하는 은행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고수익을 겨냥하고 모기지 채권 사업에 사실상 올인하며 재앙을 맞았다. 미국 부동산 가격이 장기 상승세를 유지하자 위험이 높은 모기지 채권 사업을 대대적으로 전개한 것이다. 최대 규모의 자산유동화전문회사(SIVs, Structured Investment Vehicles)를 두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담보 증권을 대규모로 발행하고 판매했다.

하지만 심각한 부동산 경기침체에 부딪혀 씨티가 발행한 채권들은 피할 수 없는 부메랑으로 날아오고 있다.

씨티의 7개 SIVs가 보유한 자산 규모만 490억달러에 달한다. 대거 조정한 게 이 정도다. SIVs가 찍어낸 부채담보부증권(CDO)에 얼마나 많은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섞여 있고 그 부실은 어느 정도인지 불신이 심각하다.



씨티그룹의 4분기 실적은 200년 가까운 기업 역사상 최악인 98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씨티는 4분기에만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180억달러의 자산상각을 단행했다. 전세계 금융기관중 가장 많다. 씨티는 결국 145억달러의 자금을 해외에서 유치했다.

씨티 시가총액은 이날 1000억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버그셔 헤서웨이 최근 1년 주가버그셔 헤서웨이 최근 1년 주가


◇버핏과 BOA, 한수 아래?
JP모간에 앞서 베어스턴스에 관심을 가진 인물은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었다. 지난해 하반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헤서웨이는 베어의 자금조달 창구 일순위에 올랐었다. 베어가 20%의 지분을 매각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했는데, 버핏이 남보다 먼저 관심을 가진 것이다.

그러나 버핏은 '베팅'하지 않았다. 이번 신용경색을 이용해 금융주와 철도주 등을 대거 매입하는 행보를 보였으나 정작 최대 매물인 베어를 앞두고 한발 빼고 말았다.



버크셔 주가는 이날 1.1% 하락한 12만8000달러로 마감했다. 작년말 15만달러를 넘던 버크셔 주가는 최근 급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버핏이 상당 지분을 보유중인 BOA 역시 베어를 인수하는데 소극적인 태도를 취했고 결국 경쟁자인 JP모간에게 뺏겼다.

때문에 BOA의 신용경색에 대처하는 전략이 마땅치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해 미국 최대 모기지업체인 컨트리와이드 파이낸셜에 20억달러를 투자(우선주 매입)했는데, 주가가 바닥없는 폭락세다. 끊임없는 파산설에 시달리고 있다.



17일에는 9%나 급락하며 4.1달러에 마감했다. BOA가 지분을 인수하던 작년 8월 주가는 20달러선이었다.
시장에서는 BOA가 결국 컨트리와이드를 인수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버핏의 버크셔는 지난해 2분기 말 현재 BOA 주식 870만주를 보유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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