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장·차관 워크숍에서 "오일쇼크 이후 최대 위기가 오는 것 같다"고 하더니 지난 17일 지식경제부 업무보고에서는 "어쩌면 세계위기가 시작된다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위기의식을 강조하는 최고경영자(CEO) 출신다운 모습이다.
그러나 '경제대통령' 이미지로 당선된 이 대통령이 '경제위기'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다분히 전략적인 의도가 묻어난다.
지난 16일 과천 중앙공무원연수원에서 열린 '장·차관 워크숍'에서 이 대통령은 "기름값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원자재값이 오르고 환율도 오른다"며 위기감을 강조한 뒤 "이즈음에서 정치적 안정이 매우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즉각 견제에 나섰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선거 때만 되면 경제성장을 이유로 정치안정을 강조했던 유신 망령이 떠오른다"고 했다.
공무원 사회에 대한 '군기잡기' 성격도 있다. 최근 이 대통령의 '공무원 머슴론'과 고강도 업무 태세, 민간 출신 장관 기용 등을 놓고 공직사회 일부에서 반발 기류가 흐르는 데 대해 쐐기를 박기 위한 포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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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지난 16일 '장·차관 워크숍'에서 "위기가 예상되는 초기단계에서 국민에게 어떻게 해달라, 기업과 노동자에게 어떻게 해달라 하기 전에 먼저 공직자의 역할이 무엇인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7일 경북 구미 전자정보기술원에서 열린 지식경제부 업무보고에서는 "불과 몇 년 사이 유가가 2배 폭등하는 등 국제원자재 가격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급등했다"며 "이런 상황에 대비해 사전에 대책을 세우고 필요한 자원을 확보했어야 하는데 이런 상황이 될 때까지 무엇을 했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위기론은 '7% 성장' 공약에 대한 부담을 더는 효과도 있다. 공약 달성에 실패할 경우에 대비해 '경기위기'라는 쓸만한 변명거리를 하나 확보해두는 셈이다.
정부는 올해 목표를 '6% 성장'으로 목표를 낮춰잡았지만 이 역시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6%는 커녕 5% 조차 어렵다는 게 민간 연구소들의 분석이다.
정부도 이런 현실을 잘 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6% 성장을 고집하는게 아니고, 달성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것"이라며 '6% 성장' 달성 가능성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