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환율폭등에 '브레이크'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8.03.1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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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원/달러 환율 폭등에 브레이크를 밟기 시작했다. 공식 구두개입을 통해서다.

정부는 그동안 환율 상승 추세가 훼손될까봐 섣불리 구두개입에 나서지 못했다. 환율이 오르는 것 자체는 수출을 늘리고 경상수지를 개선시켜 성장률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이상 환율 급등세를 방치하다간 물가 뿐 아니라 주식시장까지 망쳐놓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정부를 불러냈다.



이번 구두개입으로 환율 1030∼1040원은 아직 이르다는 게 정부의 판단임이 드러났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은 18일 개장 전 "최근의 빠른 환율상승 속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시장불안이 진정되지 않으면 필요한 조치를 단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환율의 추가 급등 때 '달러 매도' 개입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투기세력의 시장 교란행위를 전제하지 않고 개입을 시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투기를 막는다는 명분없이도 얼마든지 개입할 수 있다는 고강도의 표현이다.

신 관리관은 또 "기획재정부와 한은은 외환시장 일일 점검반을 구성해 운영키로 했다"고 밝혔다. '예의주시하겠다'는 뉘앙스를 넘어 상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당국이 이처럼 공식 구두개입에 나선 것은 이날 역외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약 8원 하락하는 등 환율 급등세가 주춤한 모습을 보여서다. 정부는 그동안 시장의 쏠림현상이 심할 경우 개입을 자제하는 전략을 써왔다. 재정부 관계자는 "시장에 불이 붙었을 때는 나서봐야 불길만 뒤집어 쓴다"고 말했다.


구두개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정부는 쏠림현상이 잦아든 이날을 구두개입 시점으로 잡았다. 실제로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당국의 구두개입 효과가 겹치면서 전날보다 8.7원 하락한 1020.50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이후 환율은 낙폭을 더욱 늘리며 1010원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당국이 구두개입에서 고강도의 표현을 사용한 것은 실질적 개입을 최대한 자제하기 위해서다.



환율 급등을 막는 개입은 외환보유고의 달러를 내다파는 '매도 개입'이라는 점에서 '매수 개입'에 비해 정치적 부담이 크다. 가급적 실질적인 매도 개입은 피하면서 환율의 급등 속도는 늦추고 싶은 게 정부의 속내다.

다만 과거 외환시장에서 '최틀러'로 통했던 최중경 재정부 제1차관의 성향에 비춰볼 때 만약 개입이 나온다면 그 강도는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가 원하는 것은 '속도조절'일 뿐 '추세전환'까진 아니다. 환율 상승 자체는 정부 스스로 원하는 바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물가안정과 경상수지 흑자 둘 중 하나를 택하라면 경상수지 흑자"라며 "속도조절은 필요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환율이 더 오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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