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수' 연준이 불끄기 힘든 이유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8.03.18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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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스턴스 계기 신뢰 상실, 금리인하 기대 접어

월가가 신용경색으로 신뢰의 상실이라는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

금융업을 영위하는 투자회사의 특성상 투자자들의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신용경색으로 베어스턴스가 파산 직전까지 갔다 헐값에 매각되는 등 잇단 악재들이 발생하자 월가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는 근본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버냉키 FRB의장↑버냉키 FRB의장


이미 투자자들은 베어스턴스에 이어 "누가 제2의 희생양이 될까" 찾아나서고 있다. 마켓워치는 세계 최대 상장 선물·옵션 중개업체인 MF글로벌이 베어스턴스에 이어 유동성 위기의 희생양이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17일 MF 글로벌의 주가는 이러한 우려를 반영하듯 50% 폭락하며 반토막났다.



이런 가운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연준의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시도가 시장을 안정시키는데 별다른 도움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CNN머니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투자자들이 베어스턴스 위기를 계기로 금리 인하에 대한 신뢰를 이미 접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경제학자들은 오히려 연준의 개입이 시장의 자연스러운 치유 능력을 훼손하고 공포 심리를 극대화시킨다고 지적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전방위적으로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 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약달러를 가중시키고 자산 거품을 키워 경제 고통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데이빗 와이스는 "금리인하가 금융시장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펀더멘털상의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연준은 노력하고 있지만 모든 사람들이 다시 금융시장을 신뢰할 수 있게 만드는 마법지팡이를 갖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 베어스턴스 사태로 금리인하 효과 기대 접어

베어스턴스 사태가 발생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투자자들은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하가 사태 해결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월가 5대 투자은행 중 하나인 베어스턴스의 위기 소식은 투자자들을 큰 충격에 빠뜨렸다. 다른 대형 은행들 역시 부도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를 자아냈다.

이날 리먼브러더스의 주가는 이러한 우려를 반영하듯 19% 급락했다. 다른 금융기관들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는 연준의 금리 인하폭이 클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을 낳았다.

아르거스 리서치의 리치 야마론 경제연구소 소장은 "연준이 지난 주말 재할인율 인하와 은행 이외 월가 금융기업에 대한 유동성 공급 결정 등 긴급 조치로 오히려 시장의 공포심리를 더욱 키웠다"면서 "연준이 월가 금융기업들의 실패를 막기 위해 노력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리 인하는 경기부양보다는 오히려 달러 약세를 가속화시켜 원자재 가격 급등 지속을 야기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야마론은 "지금 금리도 충분히 낮은 수준이며 또 다시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경우 달러 가치를 급락시키게 된다"면서 "일단 위기 진행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 연준, 그래도 인하외 대안 없다



그러나 연준 이사를 지냈으며 현재 스탠포드 워싱턴 리서치 그룹 경제 자문역을 맡고 있는 라일리 크램리는 연준이 시장에 개입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고 옹호했다.

크램리는 "만약 베어스턴스가 파산하도록 그내로 내버려 두었다면, 무시무시한 연쇄효과가 금융시장을 사로잡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그 역시 연준이 시장 우려를 잠재우는데 제한적인 역할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는 "과거 모든 침체기에 연준이 가속페달을 밟으면 경제는 다시 회복되고 성장세로 돌아섰다"면서 "지금 이를 하지 않을 경우 신용위험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램리는 연준의 개입과 함께 실질적인 해법은 정부와 의회에서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연방정부가 자산관리공사 등을 세워 모기지 증권을 보유하고 있는 월가 기업들과 모기지 대출을 보유하고 있는 주택 보유자들에 대한 부실 채권을 매입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램리는 "연방정부가 결국 세금을 활용한 자금 지원에 나설 것이며 빠르면 빠를 수록 좋다"면서 "시간이 오래걸릴수록 지원 자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와이스는 그럼에도 연준이 금리 인하를 지속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더라도 도움은 줄 것"이라며 "대출 비용을 낮추는 것이 적절한 선택은 아닐지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다수 경제학자들의 금리 인하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크다. 결국 투자자들은 연준의 금리 인하를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으로 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와이스는 "시장은 연준이 무엇을 하든 상관없이 우려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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