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BS임원도 자리옮긴 '러시아 토종은행'

모스크바(러시아)〓최석환 김병곤 기자 2008.03.18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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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머징마켓의 어메이징 기업]<16>러시아 최대 민간은행 '알파뱅크'

↑ 알파뱅크 본사 건물↑ 알파뱅크 본사 건물


최근 러시아 경제가 눈부시게 발전함에 따라 경제 중심지인 모스크바의 금융권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국제 유가의 계속된 강세로 수익성이 크게 좋아진 러시아 기업들이 줄줄이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에 나서면서 금융산업이 확대되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주러 한국 대사관 관계자는 "러시아 경제가 발전하면 그에 맞춰 러시아의 금융 시스템이 선진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경제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그 만큼 금융시장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러시아 금융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자산규모로 상위 5위안에 드는 러시아 국내 은행들은 대부분 국영은행으로 몸집만 크고 빠르게 움직이는 금융시장의 변화에 둔감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라이파이젠뱅크(오스트리아)나 KBC그룹(벨기에) 등 외국계 은행들이 러시아 시장에 진출, 공격적으로 현지 은행을 인수하며 점점 더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러시아에서 영업 중인 1136곳의 은행 가운데 202곳이 외국계 은행으로 전체의 18%를 차지하고 있다.
 
↑ 알파뱅크 로고.↑ 알파뱅크 로고.
이런 분위기 속에서 국제금융 전문가를 영입하고 유럽식 경영을 도입하는 등 경쟁력 강화에 승부를 걸어 러시아 최대의 민간은행으로 도약한 은행이 있다. 1991년에 설립된 알파뱅크. 알파뱅크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총자산이 171억2500만달러, 자기자본 16억8400만달러로 스베르뱅크 등 국영은행을 포함하면 러시아내 순위가 5위지만 민간은행으로는 1위다.
 
알파뱅크는 역사는 짧지만 세계적 권위의 금융 전문지인 유로머니(誌)지가 2006년에 '러시아 최우수 외환은행(Best Forex Bank in Russia)', 2007년에 '러시아 최우수 은행(Best Bank in Russia)'으로 선정할 만큼 위상을 인정받고 있다.
 
알파뱅크는 기업금융은 물론 모기지론, 자동차론과 같은 소매금융, 투자은행(IB) 업무 등을 총괄하는 종합 금융기관으로 기업고객이 5만1000곳, 개인고객은 260만명에 달한다. 또 러시아는 물론 카자흐스탄, 네덜란드, 사이프러스, 미국, 영국 등 7개 국가에 진출해 230개에 달하는 영업지점 및 사무소를 거느린 국제 은행으로 직원 수만 1만1250여명에 달한다.
 
표트르 아벤 총재가 이끌고 있는 알파뱅크는 이사회 의장을 포함해 총 7명의 개인이 지분을 소유한 순수 민간은행으로 모스크바 칼란쳅스카야 도로에 본사가 위치해 있다.



↑ 막심 토퍼 국제금융부장.↑ 막심 토퍼 국제금융부장.
본사에서 만난 막심 토퍼 알파뱅크 국제금융부장은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알파은행은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며 러시아 내 순위가 11년 전 28위에서 최근 5위로 뛰어올랐다"며 "국제 금융기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을 영입해 국내외 상황에 맞춰 비즈니스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유럽 최대의 은행인 UBS의 에드 코프만 투자은행부문 최고경영자(CEO)도 알파뱅크로 옮겼다.
 
토퍼 부장은 "세계적으로 금융시장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알파뱅크는 뛰어난 역량을 발휘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이유는 러시아가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와 관련해 어떠한 투자도 하지 않았고 러시아 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앙은행의 규제가 점차 완화되고 있어 앞으로 더욱 역동적인 발전이 기대된다"며 "앞으로도 기업 및 소매금융, 투자 분야에서 공격적인 경영으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기업들의 기업공개(IPO)가 지금 수준보다 훨씬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올 하반기만 해도 IPO를 계획하고 있는 회사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토퍼 부장은 러시아의 경제와 관련해서도 "인적 자원도 우수하고 러시아 정치 상황도 안정되는 등 사업을 하기에 좋은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이런 여건을 감안하면 향후 15~20년 뒤까지 장미빛 미래가 기대된다"고 낙관했다.
 
그는 "알파뱅크를 포함한 러시아 기업들은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하고 있다"며 "각종 인프라 구축 등 향후 20년간 사업 계획은 이미 구상이 끝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브릭스 국가 가운데 러시아에 대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많이 하지 않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토퍼 부장은 "러시아시장은 희망적이며 기업이 투자하기에 좋은 환경을 지니고 있다"며 "브라질의 경우 자원은 풍부하지만 고급 인력이 부족한 반면 러시아는 고급인력과 자원이 고루 조화됐다"고 말했다.
 
UBS임원도 자리옮긴 '러시아 토종은행'
그는 '기업들이 투자하려 해도 규제가 너무 많다'는 지적에는 "러시아 정부도 그런 점을 잘 알고 있으며 개선을 위해 검토 중에 있다"고 전제한 뒤 "러시아에 투자하려면 먼저 문화와 투자 환경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러시아는 관계를 형성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일단 관계가 맺어지면 급속도로 진전될 수 있다"며 "말을 타긴 어려워도 말을 타기만 하면 빠르게 나갈 수 있는 나라가 바로 러시아"라고 소개했다.
 
토퍼 부장은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WTO 가입을 일부러 늦추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며 "단점에 비해 장점이 너무 크기 때문에 가입을 희망하고 있으며 올해엔 가입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또 "지난해 정치·경제적인 문제로 WTO 가입이 무산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경제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러시아의 WTO 가입은 필요하며 세계적으로도 러시아의 WTO 가입이 좋은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아울러 "만약 가입이 된다면 외국 투자자들이 쉽게 투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 시장도 빠르게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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