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패닉'진정… 다우 21p↑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8.03.18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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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등락 끝 혼조세, '바닥'기대, JP모간·우량주 선전

급락 출발했던 뉴욕 증시가 롤러코스터 장세 끝에 낙폭을 만회, 혼조세로 마감했다.

휴일 전격적으로 이뤄진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의 재할인율 인하, JP모간의 베어스턴스 인수 등 숨가쁜 움직임 속에 투자자들은 방향을 모색하기에 바빴다.

17일 (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날에 비해 21.16포인트(0.18%)오른 1만1972.25를 기록했다.
반면 S&P500지수는 11.54포인트(0.90%) 빠진 1276.60으로 마감했다.
소형 기술주가 많이 포진한 나스닥 지수는 35.48포인트(1.60%) 하락한 2177.01로 장을 마쳐 하락폭이 두드러졌다.



장 시작전에는 또 하나의 '블랙 먼데이'를 겪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시작과 동시에 서킷브레이커(일시 거래중단)가 걸릴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올 정도였다. 실제로 한때 다우지수 낙폭이 200포인트 가까이 커지면서 우려가 현실화되는 듯 했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오전 오후 두차례에 거쳐 긴급 대책회의를 주재하며
강력한 시장개입의지를 표명하고, 저가매수 기회를 노린 투자자들이 우량 대형주에 관심을 가지면서 낙폭이 줄었다.



베어스턴스를 인수한 JP모간 주가가 강세를 보이며 최소한 시장이 붕괴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한 점도 반등탄력에 가세했다.

18일(현지시간) 열리는 미 연방준비위원회(FRB)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인 연방기금 금리를 1%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이 기정사실화하면서 '바닥심리'가 고개를 들었다.

이날 시카고 상품거래소(CBOT)에서 4월물 연방기금금리 선물 가격은 98.10으로 상승했다. 이는 1%포인트 인하 가능성을 100%, 1.25%포인트 인하가능성을 40% 반영한 것이다. 지난주말까지만 해도 1%포인트 인하 가능성은 50%에 머물렀다.


커버드 브리지 택티컬의 수석 시장 전략가 켄 타워는 "(예상과 달리) 패닉에 가까운 매도공세가 없었던 점은 시장이 바닥권에 근접했다는 또 하나의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JP모간 급등, '희망'줬다

증시 전반의 급락세에도 불구하고 주당 2달러에 베어스턴스를 인수하기로 한 JP모간 주가는 10.3% 급등했다. 헐값에 베어스턴스를 인수, 비즈니스 영역을 확대했다는 평가이다. 반면, 베어스턴스의 주가는 하룻동안 84% 가까이 급락한 4.81달러에 마감, 매각가격인 주당 2달러를 향해 곤두박질치고 있다.

씨티그룹의 애널리스트 케이스 호로위츠는 보고서에서 "60억달러에 달하는 인수비용을 감안한다 해도 JP모간이 남는 장사를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베어스턴스 인수로 JP모간은 투자은행 영업에서 필수적인 사업 부문을 얻을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베어스턴스는 미국내 최대 주식중개 회사로 꼽히며, 모기지 채권분야에서 2위에 랭크돼 있는 등 파생상품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다. 특히 헤지펀드에 자금을 대출해주는 프라임 브로커리지 분야에서는 모간스탠리 골드만삭스에 이어 3위에 올라있다.

그러나 제2, 제3의 베어스턴스가 등장할 것이라는 불안감은 끊이지 않고 있다.
가장 유력한 '다음 차례'로 꼽히는 리먼 브라더스 주가는 이날 19.1% 급락했다.
무디스는 이날 리먼브라더스의 신용등급전망을 '긍정적'보다 한단계 낮은 '안정적'으로 하향했다. UBS도 리먼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했다.

주가는 한때 40% 이상 곤두박질치며 회생이 불가능할 것 처럼 보였지만 JP모간 주가 상승으로 금융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다소 회복되며 낙폭이 줄었다. 베어스턴스보다는 상황이 낫다는 분석이 그나마 안도감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에 대한 등급하향도 잇따랐다.
UBS는 추가 자산 상각에 따른 유동성 부족이 우려된다며 리먼브라더스 외에 골드만삭스의 투자 등급도 하향했다.
오펜하이머의 메레디스 휘트니는 은행주와 증권주의 가치가 현 수준의 절반으로 추락할 것이라며 금융주 전반의 가치를 하향했다.

세계 최대 은행 씨티그룹이 5.8% 하락한 것을 비롯, 대부분 금융주 주가가 막판 낙폭 회복에도 불구하고 약세로 마감했다. 세계 최대 증권사 골드만삭스는 3.7%, 메릴린치는 5.4% 각각 하락했다. 모간스탠리 역시 8% 떨어졌다.
국영 모기지 회사 프레디 맥과 패니메는 각각 26%, 0.7% 물러났다.

금융주 부진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기 민감도가 덜한 제약 건강 등 우량 전통주에 매기가 몰리면서 낙폭이 줄어들었다.

제약업체 머크는 비만 유발 유전자를 찾아낼 수 있는 방법을 발표, 2.15% 상승했다. 머크 소속 과학자들은 이날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비만을 유발하는 일단의 유전자들을 찾아낼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발표했다. 존슨앤존슨도 53센트 올랐다.

◇부시 "필요하면 언제든 개입"..중앙은행들 행동개시

부시 대통령은 이날 헨리 폴슨 재무장관, 짐 너슬 예산국장 등 경제 관료들과 회의를 가진 후 기자회견을 통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17일 재할인율 인하 결정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부시대통령은 이어 오후에는 폴슨 재무장관, 벤 버냉키 연준의장 등과 실무협의를 가졌다.

부시 대통령은 "한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가 지금 도전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는 것"이라며 "(지금) 미국이 (경제 위기) 상황의 최정점에 서 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행동하겠다며 언제든 시장에 개입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에 이어 영국과 일본의 중앙은행도 유동성 투입에 나섰다.
JP모간의 베어스턴스 인수, 미 연준의 재할인율 인하 등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금융시장 여건으로 인해 신용경색이 국제적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17일(현지시간) 은행간 콜금리(오버나이트 레이트) 상승을 막기 위해 50억파운드(10억달러)의 3일만기 단기자금을 시중에 공급한다고 밝혔다. 지난주말 베어스턴스 파문 여파로 영국의 은행간 오버나이트 금리는 17일 기준금리인 5.25%보다 훨씬 높은 5.8%까지 치솟았다.

이날 오전 일본 중앙은행은 4000억엔(40억달러)의 자금 투입을 결정한 바 있다. 이날 일본 은행간 오버나이트 금리도 기준금리인 0.5%보다 2%p높은 0.52%까지 상승했다. 중앙은행의 자금투입으로 오버나이트 금리는 0.505%까지 하락했다.
호주 중앙은행 역시 3억8300만 호주달러(3억5900만달러)를 시중에 투입했다.

◇유가, 최고 기록후 급락...달러 약세 지속

국제유가가 장중 사상 최고가 기록을 경신한 이후 17년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하며 105달러선으로 후퇴했다.

17일(현지시간) 뉴욕 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는 전날에 비해 4.53달러(4.1%) 하락한 배럴당 105.68달러로 마감했다.
WTI는 이날 달러/유로 환율이 1.59달러를 돌파하며 달러화가 사상 최저기록을 경신한 여파로 오전한때 배럴당 111.80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매물이 쏟아지고, 신용경색으로 인한 경기침체로 수요감소 전망이 확대되면서 오후 한때는 배럴당 103.23달러까지 하락하는 등 급등락을 보였다.

달러가치는 사상 최저기록 행진을 지속했다.

17일 오후 4시 12분 현재(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유로 환율은 1.5735달러로 전날의 1.5671달러 대비 0.64달러(0.4%) 상승(달러가치 하락)했다. 달러/유로 환율은 이날 한때 1.5903달러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치 행진을 지속했다.

엔/달러 환율은 97.32엔으로 전날의 99.32엔 대비 2엔(2.01%) 급락(엔화 상승)했다. 엔/달러 환율 역시 한때 95.76엔까지 급락, 1995년 이후 최저치로 내려갔다.

◇암울한 경기지표 잇따라

전미 주택건설업협회(NAHB)는 17일(현지시간) 3월 주택시장지수가 지난달과 같은 20을 기록했다고 밝혔다.이는 5개 주택건설업체중 향후 경기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가진 업체가 1곳(20%)에 불과하다는 의미이다.
지속적인 주택경기 및 금융시장 경색에도 불구하고 주택시장지수가 전달보다 추가로 떨어지지 않은 것은 주택경기가 더이상 나빠질수 없는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인식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지난달 산업생산은 예상 밖의 감소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2월 산업생산이 전월 대비 0.5% 감소했다고 밝혔다. 산업생산이 감소세를 기록한 것은 4개월만래 처음이다.
이는 또 전문가 예상치를 하회하는 수준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지난달 미국의 산업생산이 직전월인 1월과 마찬가지로 0.1%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3월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지수는 -22.2를 기록했다. 뉴욕주 연방 준비은행이 제조업지수를 발표를 시작한 200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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