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증권사, 베어 ELS스왑 2천억원 물려

머니투데이 원종태 기자 2008.03.17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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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사 ELS 위험회피 위한 스왑거래… 상환여부 지켜봐야

베어스턴스 유동성 위기와 관련 국내증권사들이 ELS(주가연계증권)를 발행한 뒤 베어스턴스와 스왑거래를 해 위험성에 노출된 금액이 2000억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이른바 원리금 지급형 스왑(Fully Funded Swap)이라는 일종의 보험을 걸어둔 게 역화살이 돼서 손실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17일 증권업계와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국내증권사들이 다수의 ELS를 발행한 뒤 이에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베어스턴스와 원리금 지급형 스왑거래를 했는데 이번 베어스턴스 유동성 위기로 이중 2041억원이 위험성에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10개 증권사가 이에 해당된다.



베어스턴스 유동성 위기가 국내증권사의 위험성 노출로 이어진 이유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가가 고전을 겪으며 증권사들이 ELS를 발행할 때 베어스턴스와 원리금 지급형 스왑 거래를 많이 했기 때문.

예컨대 증권사가 100억원어치의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기초자산인 ELS를 발행할 때 이들 기초자산 주가 향배에 따라 짧게는 1∼3개월만에 원금과 수익을 조기 지급해야하는 부담에 놓인다.

이같은 부담을 피하기 위해 증권사 입장에서는 ELS 발행금액인 100억원을 베어스턴스와 같은 세계적 투자은행에게 주고 직접 기초자산의 투자를 맡겨 조기상환이나 만기가 되면 ELS 원금과 수익을 돌려받는 방식을 취한다.


문제는 최근 베어스턴스가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원금과 수익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는 위험성에 노출된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등 개별종목이나 코스피20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ELS를 발행할 때 국내 증권사의 경우 기초자산을 별도로 매입해 리스크를 회피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여러가지 압박으로 외국 투자은행에 이를 전가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 경우 증권사들이 기초자산 주가하락에 따른 리스크를 회피하지 못하기 때문에 세계적 투자은행과 원리금 지급형 스왑 거래를 통해 리스크를 줄이게 되는데 베어스턴스도 그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내 증권사들은 연간 수천억원대의 ELS를 발행하면서 베어스턴스와 같은 외국계 투자은행을 통해 원리금 조기부담 리스크를 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베어스턴스 외에 캐나다왕립은행(RBC)나 JP모간 등과 같은 투자은행들을 대상으로도 스왑거래가 많이 이뤄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베어스턴스가 유동성 위기에 따른 국내 증권사들의 위험성은 대부분 ELS 스왑거래를 통한 것이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베어스턴스가 JP모간에 인수된데다 아직까지 디폴트(파산) 선언을 정식으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ELS 스왑거래를 통한 원리금 상환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증권사들은 지난주 후반 베어스턴스 유동성 위기 소문이 돌자, 실제로 돈을 주고 받는 원리금 지급형 스왑 거래 대신 일정수준의 이자만 지급하고 베어스턴스가 자체 자금을 조달해 기초자산에 투자하는 에쿼티 스왑 거래 방식으로 급전환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이같은 전환 요구가 베어스턴스의 유동성 위기를 더욱 악화시켰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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