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사람들' 줄사퇴 현실화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2008.03.17 16:38
글자크기

방송광고공사·예술의전당·관광공사 사장 사표·사의

참여정부 때 임명된 임기제 정부 산하단체장들의 '줄사퇴'가 현실화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정부 장관들, 청와대의 잇단 압박의 결과다.

17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정순균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과 신현택 예술의전당 사장이 일신상의 이유로 문화부 장관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에 앞서 지난 14일에는 오지철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문화부 장관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정 사장과 신 사장은 임기가 각각 내년 5월과 2월로 1년 남짓 남았으나 오 사장은 임기가 2010년 11월로 무려 2년 반이나 남았다.



정 사장은 2002년 노무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과 국정홍보처장을 지낸 뒤 2006년 5월에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으로 임명됐다. 신 사장은 문화부 공무원 출신으로 참여정부 초대 여성부 차관을 지냈으며 지난해 5월부터 예술의 전당 사장직을 맡아왔다. 오 사장 역시 정통 관료 출신으로 참여정부에서 문화관광부 차관을 지냈으며 지난해 11월 한국광관공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이 같은 문화부 산하단체장들의 연쇄 사의 표명은 유인촌 문화부 장관의 계속된 압박 때문으로 보인다. 유 장관은 지난 12일 "이전 정권의 정치색을 가진 문화예술계 단체장들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자연스럽다"며 사실상 이들의 사퇴를 종용해 왔다.



유 장관은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김정헌 문화예술위원장과 김윤수 국립현대미술관장, 신선희 국립극장장 등을 거론하며 사퇴 압박을 높였다. 이들 중 일부 인사는 '사퇴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적지 않은 마찰이 우려된다.

지난 15일 문화부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할 때는 노무현 정부의 '코드인사’로 분류된 한국관광공사 오 사장과 한국방송광고공사 정 사장 등이 아예 참석하지 못했다. 유 장관은 “장소가 협소해 부르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청와대와 협의해 참여정부 인사에게 불참 통보를 한 것이란 해석이 힘을 얻었다.

이날 경북 구미 산업단지에서 열린 지식경제부의 대통령 업무보고 때도 참여정부 때 임용된 공기업 등 공공기관장 대부분이 불참했다. 이들은 참석 여부에 대해 통보조차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문화부에 이은 회의 배제를 통한 사퇴 압박으로 해석됐다.


지경부는 막판까지 청와대와 의견을 조율했지만 결국 모든 산하 기관장들의 참석이 불허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경부 관계자는 "보고 안건 내용과 장소 등에 따라 출석 대상에 대해 논의가 진행됐는데 장관과 간부 공무원들만 출석하기로 최종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지경부는 정부 산하 285개 공공기관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69개 기관을 관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 정권에서 고위 관료를 지냈거나 정치권에 있다 임명된 상당수의 기관장들이 사퇴 압력을 받고 있다.

이날 지경부 업무보고에서 '앙꼬'라 할 수 있는 공기업 민영화 방안이 빠진 것도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하기 전에 기관장들을 'MB 사람들'로 물갈이하기 위해서란 해석이 나왔다.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하면 정부 입김이 약해질 수 밖에 없고 이 경우 정권 창출에 기여한 'MB 사람들'을 공기업으로 보내기 어려워진다.

문화부 만큼이나 많은 산하단체를 거느린 지경부의 이윤호 장관은 지난 12일 "코드가 다른 사람들이 임기가 남았다고 해서 임기가 끝날 때까지 남아 있겠다고 하는 것은 곤란하지 않느냐"며 ‘노무현맨’들의 사퇴를 촉구했다.

앞으로 있을 환경부와 국토해양부, 보건복지가족부 등의 업무보고에서도 산하 기관장들의 불참 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보여 기관장들 상당수를 물갈이할 때까지 '노무현맨'들에 대한 압박의 강도는 점점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