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스턴스 사태…"국내도 안전지대 아니다"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서명훈 기자, 김성호 기자 2008.03.17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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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스턴스 발행채권투자, 예상보다 대규모 가능성

베어스턴스 사태가 예상과 달리 국내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베어스턴스는 주로 A급 이상의 우량채권을 발행해 왔기 때문에 국내 은행, 보험 등 기관들이 안전자산 투자 차원에서 베어스턴스가 발행한 채권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17일 JP모간이 베어스턴스를 인수키로 했기 때문에 베어스턴스가 발행한 채권의 유동성 위기는 한풀 꺾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실사 과정에서 베어스턴스의 부실이 예상보다 커지면 최악의 경우 JP모간이 베어스턴스 인수를 포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산운용사 채권 전문가는 "2년전 베어스턴스는 해외에서 대규모 채권을 발행했는데, 당시 국내 은행들이 이를 집중적으로 매입한 것으로 안다"며 "매입 기관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당시 피해를 입은 금융기관들과 거의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유동성 위기에 몰린 베어스턴스의 신용등급은 당장 하향 곡선이다. 피치는 최근 베어스턴스의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4단계를,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A'에서 'BBB'로 3단계를 낮췄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파트장은 "베어스턴스가 보증했거나 직접 발행한 채권들의 경우 베어스턴스의 등급 하향에 따라 내려갈 수밖에 없다"며 "해당 기업들은 장부상 평가손실이 발생할 뿐 아니라 상황에 따라 자금상환 요구에 직면하고 추가 자금조달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악의 경우 채무재조정 과정을 거칠 수도 있는 등 파급이 결코 작지 않을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구용욱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베어스턴스가 발행한 채권의 가격급락 추이와 국내 기관이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국내 금융기관들이 입게 될 손실이 좌우될 것"이라며 "일단 베어스턴스가 사실상 부도(디폴트)난 상태이기 때문에 베어스턴스 발행 채권의 유동성은 크게 낮아지고, 만기까지 들고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JP모간이 책임지기로 했다는 점에서 우려를 잠재울 가능성이 높아지긴 했지만 과거 국내시장에서 LG카드 사태가 터졌을 때처럼 시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영환 굿모닝신한증권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JP모간이 베어스턴스를 인수하려 할 때 지급보증 약정을 어떻게 가져가느냐가 문제일 것"이라며 "(최악의 경우) 실사 과정에서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놔 버릴 수도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은행 등 금융회사는 보유한 채권이 지급불능 상태가 될 경우 이를 손실로 처리해야 한다. 채권값이 떨어질 경우에도 이를 기간별로 반영해야 한다. 유동화하기 힘들어 질 뿐 아니라 최악의 경우 대규모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시장 전문가들은 베어스턴스 사태에 따른 미국 및 국내 시장 충격이 의외로 크고 장기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급 소방수'를 자처하고 있는 JP모간이 베어스턴스 사태와 동시에 이를 인수하겠다고 나선 것은 그만큼 베어스턴스 사태에 따른 후폭풍이 크다는 점을 '반증'해 주고 있다는 해석이다. 파생상품은 물론, 베어스턴스가 발행한 채권 규모 등을 감안할 때 실물경제로 충격이 파급될 가능성을 조기에 차단하려는 '긴급조치'였다는 분석이다.

국내 금융기관들이 베어스턴스 발행 채권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는 현재 집계되지 않은 상태다. 금융감독당국에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지 않기 때문.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문제가 의외로 심각할 수도 있다고 판단, 국내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베어스턴스 '익스포저(위험자산에 대한 비중)'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금융회사들이 베어스턴스 관련 자산에 투자한 규모는 베어스턴스가 해외에서 발행한 채권을 제외하면 1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하지만 베어스턴스가 발행한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의 경우 단위당 투자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투자 및 손실우려 규모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금융감독당국과 금융계에 따르면 국내 금융회사들은 베어스턴스 자산이 포함된 합성 부채담보부증권(CDO)과 베어스턴스가 발행한 채권에 주로 투자했다.

금융당국 측은 "현재 파악된 국내 금융회사들이 이들 자산에 투자한 규모는 약 1억 달러로 합성 CDO에 7100만달러, 베어스턴스 채권에 2900만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CDO란 미국주택담보대출을 기초로 만들어진 파생금융상품이다. 최근 미국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가격이 폭락, 국제 금융시장 혼란의 주범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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