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원과 재무부는 문화가 정반대였다. 기획원이 '동아리' 분위기라면 재무부는 '군대'였다. 기획원은 선후배간 스스럼없는 분위기에서 자유분방한 토론을 즐겼다. 반면 재무부는 위계질서가 확실해 과장과 사무관이 사실상의 주종 관계였다.
이처럼 상반된 분위기의 두 조직이 재경원으로 합쳐지면서 다양한 군상들이 만들어졌다.
세월이 가면서 재경원의 문화는 옛 재무부 방식으로 수렴됐다. 윗사람 입장에선 깍듯한 부하가 더 경쟁력있는 법이니 당연한 일이다. 옛 기획원 사람들을 중심으로 기획예산위원회와 예산청이 떨어져 나간 뒤 재정경제부의 문화는 옛 재무부 스타일로 굳어졌다. 그러는 사이 기획예산위원회와 예산청의 후신인 기획예산처는 다시 옛 기획원 분위기로 돌아갔다. 이런 재경부와 기획처가 통합되면서 재경원 시절 '환상의 짝꿍'과 '최악의 짝꿍'이 다시 부활하게 됐다.
통합 직전까지도 재경부와 기획처의 문화는 여러모로 달랐다. 기획처에서 과장과 사무관이 외부인과 식사를 하면 사무관도 자유롭게 대화에 참여한다. 반면 재경부에서는 대개 식사 중 과장만 얘기할 뿐 사무관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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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재경부 국장들은 대개 일할 때 문을 닫아두고 나갈 때 문을 연다. 보안 유지를 중시해서다. 반대로 기획처 국장들은 일할 때 문을 열어두고 나갈 때 문을 닫는다. 업무 중 활발한 소통을 중히 여겨서다.
이처럼 다른 분위기의 재경부와 기획처가 합쳐져 탄생한 기획재정부는 어떤 문화로 수렴될까. 옛 재경원 때 재무부의 문화가 기획원 문화를 잠식했듯 이번에도 재경부 문화가 압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반면 시대가 바뀌어 기획처 문화가 살아남을 것이란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머슴'이라고 칭한 공무원들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라면 '주인'인 국민 입장에선 어느 쪽이든 상관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