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환율, 환차익의 '유혹'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2008.03.17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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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 환헤지로 환차익 기회 상실… "그래도 원칙 고수"

"사후적인 환차익 규모로 환헤지 전략의 잘잘못을 평가하는 것은 안됩니다. 그렇게 해서는 환 헤지 정책이 제대로 자리잡을 수 없습니다."

조선업계의 환헤지 전략이 시험대에 섰다. 원화가치 상승에 대비해 환헤지를 해놓았는데 오히려 원화가치가 급격히 떨어졌다. 환헤지를 하지 않았더라면 환차익을 얻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요행보다 정석을 따라야 한다는게 업계의 주 기류다. 단기적인 환율 변동에 휘둘리지 않고 기존의 헤지 전략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물론 당장의 '환차익 유혹'을 이겨내기가 만만치는 않다.

◇대부분 환헤지..범위, 방식은 차이=수출 비중이 절대적인 대형 조선업체들은 대부분의 환 위험에 대해 선물환 매도를 통해 헤지를 하고 있다. 수주 계약을 하면 대금이 2~3년간 나눠서 지급되는데 그사이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계약 시점에 정해진 환율로 선물환을 매도함으로써 원화기준 수익을 확정짓게 된다.



다만 업체별로 헤지에 대한 범위와 방법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가장 엄격하게 환헤지를 적용하는 기업은 삼성중공업 (10,630원 ▲130 +1.24%)이다. 모든 수출 대금과 수입자재 대금 등에 대해 일일이 환헤지를 한다.

다른 기업들은 대부분 수취 예상 금액에서 수입자재 대금 등 달러 지불 예상금액을 뺀 금액을 기준으로 환헤지를 한다. 1억달러어치 수주 계약을 맺었고, 비용 등 지불 예상 금액이 3000만달러라면 실질적인 환 위험 노출 금액을 7000만달러로 보고 이에 대해서만 헤지를 한다는 얘기다. 대우조선해양 (32,750원 ▲1,150 +3.64%)STX조선 (0원 %)이 이런 헤지전략을 구사한다.

업계 1위인 현대중공업 (198,300원 ▲7,300 +3.82%)은 좀더 유연한 헤지전략을 갖고 있다. 수취 예상 금액에서 지불 예상 금액을 뺀 금액 중 전부가 아닌 70% 가량만 헤지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대금 지급이 3년 이상 남은 경우에는 적정한 선물환 가격을 받기 어려워 헤지를 하지 않는 비중이 높다"고 말했다.

한진중공업 (2,675원 ▼105 -3.78%)은 선물환 매도 대신 실물 외화 차입 형태로 환위험을 제거하고 있다.



◇환차익 기회 상실 불구 원칙 고수=환헤지를 하게 되면 환율이 하락할 경우에는 환차손을 막을 수 있지만 최근처럼 환율이 급등할 경우에는 환차익을 얻지 못하게 된다. 선물환 매도를 통해 지급받을 달러 대금을 수주 시점에서 정해진 환율에 미리 매도한 탓이다.

최근 환율이 급등하면서 일부 업체들은 좀더 유연한 헤지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 STX그룹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환위험관리위원회 성격의 ‘외환 TFT’를 가동해 주기적으로 헤지관련 협의를 하고 있다”며 “최근 환율시장이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수주 프로젝트별로 헤지하여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업체들도 환율 변동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아직은 환헤지 규정은 준수하고 있지만 앞으로 환율 전망 등에 대해서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은 환율 급변동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환율 정책을 고수한다는 기업들이 많다. 단기적인 환율 급변동에 일일이 대응하다 보면 환 위험을 제거하자는 환헤지의 기본틀이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환율이 급등 할때는 일부 눈총을 받기도 하지만 6년간 시행해 오면서 제도가 정착됐다"며 "수주 시점의 환율로 수익을 고정시키므로써 환율이 실적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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