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닉]괜찮다던 베어 왜 '한방'에 갔을까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2008.03.17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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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시장 경색되자 자금줄 뚝 끊겨

RP시장 거래 흐름도RP시장 거래 흐름도


베어스턴스의 유동성 위기는 금융위기로 인한 자금시장의 경색이 어느 정도 심각한 지를 잘 보여준다. 특히 은행, 펀드들의 단기 자금 조달 창구로 인기를 끌어온 환매조건부채권(RP) 시장이 경색되면서 베어스턴스를 위기로 몰았고 결국 매각되기에 이르렀다고 월스트리트저널 온라인판이 17일 보도했다.

금융기관들은 만기가 하루, 이틀 정도인 단기 자금을 수시로 조달한다. 이때 담보를 제공한다. 이후 만기가 되면 돈을 되갚고 담보물은 회수한다. 이 시장이 바로 RP시장이다.



RP시장 규모는 4조5000억달러 정도로 거대하다. 샌포드 번스타인의 브래드 힌즈 애널리스트는 "월가 상위 5개 딜러들이 운용하는 자금의 5분의 1, 많을 때는 4분의 1 정도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평소 금융시장이 정상적이라면 이같은 단기 거래는 문제가 안된다. 돈을 빌리는 채무자 입장에서는 되갚을 때 수수료에 해당하는 이자만 내면된다.
이자도 쌌다. 상환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아는 채권자가 비용을 적게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만기도 매우 짧아 채권자인 '전주' 입장에서는 안전하게 빈번한 수익을 낼 수 있는 최상의 시장이었다.



이에 따라 월가의 금융기관들은 RP시장에 더 많이 의존했다.

그러나 신용경색이 심화되면서 초단기인 RP시장마저 유동성이 고갈됐고 심각한 문제를 낳았다. 무엇보다 모기지를 기초로한 채권의 경우 담보물로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강화됐다. 모기지 가격 급락에 따라 담보물 가치가 훼손될 경우 돈을 회수하지 못할 것으로 우려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진 것이다.

브래드 힌즈 애널리스트는 이를 두고 " RP시장이 은행들의 아킬레스건으로 변질됐다"고 말했다.


베어스턴스는 RP시장의 주요 고객이었고 특히 모기지증권을 담보로 즐겨 사용했다. 이번 RP시장 위기의 한 가운데에 서면서 급하게 유동성 위기를 맞은 것이다.

연준(FRB)이 베어스턴스에 대해 긴급한 지원을 단행했고 결국 매각에까지 이른 직접적인 배경이었다.

아메리카은행(BOA)의 제프리 로젠버그 신용분석가는 "베어의 문제는 RP시장의 실패를 대변한다"고 말했다. 최근 투자자 대상 회의에서 베어의 CFO인 샘 몰리나로는 "주요 브로커리지 고객의 자금 인출, 파생거래의 마진콜 뿐 아니라 RP시장에서까지 광범위한 자금 유출을 경험했다"고 토로했다.

베어가 회복할 수 없는 치명타를 맞은 것은 담보로 제공한 모기지증권이 압도적으로 많았기 때문이다.

로젠버그는 "베어의 전체 자산중 모기지증권이 3분의 1에 해당한다. 이는 메릴린치와 골드만삭스가 12%이고 모간스탠리가 13%인 것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고 말했다. 리먼의 비중은 29%인데 이 때문에 제2의 베어스턴스가 될 것으로 의혹을 사고 있다.

RP시장의 자금조달 비용은 갈수록 비싸졌다. 일주일 전만해도 채권자들은 패니매와 프레디맥이 보증한 채권에 대해서는 100달러당 102달러의 담보물만 요구했지만 지난주 105달러로 올려받았다.

서브프라임과 프라임 모기지 중간등급인 '알트-A' 모기지에 대해서는 무려 130달러의 담보를 요구했다.

심지어 재무부채권을 담보로 제공한다해도 돈을 빌려주지 않는 금융기관까지 생겨나고 있다.

아예 대출 자체를 꺼리는 전주들도 많아졌다. AIG 선아메리카 자산운용의 마이클 체 채권 매니저는 "나에게 돈을 빌린 채무자가 다시 헤지펀드 등에게 돈을 빌려주고 있는데 돈을 회수하지 못할까 걱정된다"며 말했다.
'현금 제일주의'가 팽배한 것이다.

이 여파로 217억달러 규모의 모기지투자 헤지펀드인 칼라일 캐피털은 지난주 파산 에 처했다. 베어스턴스는 2월말 장부가의 1%에 팔렸다. RP시장이 경색돼 쉽게 돈을 빌려 장사하던 거대 투자은행이 한마디로 '한방'에 가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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