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당 변신 완료…'朴'대신 'MB'로 승부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2008.03.16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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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4.9 총선 때 지역에서 뛸 245명의 전사를 모두 확정했다. 공천심사위원회가 심사를 시작한 지 꼭 한달여만.

당은 이번 공천 과정에서 체질 변화에 무게를 실었다. 자연스레 현역 의원이 대거 탈락했다. 물갈이 비율이 사상 최대였을 정도다.

특히 '친박'계 의원들이 사실상 축출됐다. 한나라당이 '박근혜당'에서 'MB(이명박)당'으로 변모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비롯된 갈등은 이제 시작이다.



공천 탈락자들의 탈당과 무소속 출마 등이 이어지면 과반의석 확보라는 목표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텃밭에선 절반 날렸다 = 한나라당의 지역구 현역의원은 109명. 이중 42명이 공천을 받지 못했다. 현역 물갈이 비율은 38.5%에 달한다.



지난 2004년 17대 총선때 현역 의원 교체율이 36.4%, 2000년 16대 때 31%였던 것을 감안하면 사상 최대다.

특히 한나라당 텃밭에선 물갈이 비율이 더 높았다. 사실상 절반이 공천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대구 경북과 부산경남 등 영남권에선 현역의원 탈락 비율이 43.5%로 전체 평균을 웃돌았다. 이른바 '강남벨트'도 마찬가지. 현역의원 6명중 재공천을 받은 이는 3명에 불과했고 모두 초선이었다.

◇MB당으로… = 친이(친이명박)와 친박(친박근혜)간 싸움은 싱겁게 끝났다. 현역 지역구 탈락자중 '친이'는 21명, '친박'은 16명으로 분류된다. 숫자로만 보면 엇비슷하다.


그러나 속은 차이가 있다.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 당시 '친이' 의원 숫자가 '친박' 의원을 압도했던 것을 보면 그렇다. 비율로는 '친박' 의원들의 탈락율이 더 높다는 얘기다.

특히 이들이 떠난 자리에 대거 '친이' 인사들이 들어가면서 '친박'계의 입지는 상당히 좁아졌다. 중량감에서도 차이가 난다.

일단 '친이'쪽에선 경선 당시 이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냈던 5선의 박희태(경남 남해.하동), 김덕룡(서울 서초을) 의원이 탈락했다. '친박'쪽에선 좌장인 김무성 최고위원이 고배를 마셨다. 겉모습은 비슷하지만 좌장을 잃은 친박쪽의 타격이 더 큰 게 사실이다.

◇朴 빼고 뛴다 = 한나라당 이번 총선에서 사실상 간판을 바꿔 달았다. 이전 선거까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모든 것을 의존했다면 이번에는 다른 길을 택한 셈.

과거 이미지보다 이명박 대통령의 '실용' 이미지에 무게를 두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이번 총선의 의미를 이명박 정부의 안정적 국정 운영에 두고 있는 만큼 '박근혜'보다 '이명박'의 선거를 치르겠다는 것.

당 관계자는 "현 정부의 이름이 이명박 정부이듯 MB브랜드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면서 "MB 총선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친박 의원들의 탈당에 우려를 표하기보다 정몽준 최고위원을 서울 동작을에 전략 공천하는 등 적극적 전략으로 선거판에 임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결과는? = 한나라당이 던진 승부수의 '키' 역시 'MB'와 박 전 대표가 쥐고 있다. 일단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높아지면서 '안정론'에 힘이 실리면 승부는 의외로 쉬워진다.

대선 압승의 바람이 여전한 것도 자신감을 더한다. 반면 인사 파동 등 정권 초 돌출된 변수가 이후 계속될 경우 'MB 브랜드'가 부담이 될 수 있다.

박 전 대표의 행보도 최대 변수다. 현재로선 당 잔류쪽으로 기울었다지만 자파 의원들의 무소속 출마를 묵인하면서 우회 지원할 경우 영남권 등 텃밭에서의 싸움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박 전 대표가 탈당은 아니더라도 공천에 대한 불만 표시로 공천장을 반납할 경우 한나라당 공천 후폭풍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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