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우려 증폭, 연방 긴급회의; 베어스턴스사태

뉴욕=김준형 특파원, 유일한 기자 기자 2008.03.16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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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5대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마저 신용경색의 희생물이 되면서 월가가 진짜 나타난 '베어(bear.곰)'로 인해 바짝 얼어붙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17일 고위 금융정책담당자 회의를 긴급 소집하는 등 서둘러 진화에 나서고 있으나 금융위기로 인한 미국 경기침체의 우려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FRB, JP모간 통해 이례적 자금 지원
연방준비제도 이사회는 14일(현지시간) 만장일치로 JP모간을 통한 베어스턴스 지원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연준은 성명에서 "시장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금융시스템의 정상적 작동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만큼의 유동성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베어스턴스가 유동성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일내로 30억∼50억달러의 현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베어스턴스 지원방안에 따르면 JP모간 체이스가 베어스턴스 담보 가치에 따라 뉴욕연방은행의 재할인창구를 통해 자금을 조달, 이를 28일간 베어스턴스에 빌려주게 된다.

베어스턴스가 제공한 담보가치가 떨어질 경우 JP모간이 아닌 연준이 직접 손실 위험을 지게 된다. 결국 미 국민들이 베어스턴스 지원의 위험부담을 짊어지게 된 셈이다. 이같은 구제금융은 1980년대말 저축대부조합 위기 이후 처음이다.



◇월가, 심각한 유동성 압박
연준의 자금지원은 월가 금융기관들의 유동성 압박이 어느정도 심각한 지를 보여준다.
앞서 연준은 금융회사들이 보유한 모기지 채권을 담보로 최대 2000억달러의 유동성을 긴급 지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유동성 지원은 28일부터 시작된다. 베어스턴스는 유동성이 급격히 악화돼 이때까지 버티기조차 힘들었기 때문에 JP모간이 긴급히 나서게 된 것이다.
앨런 슈워츠 베어스턴스 CEO는 "시장의 루머를 진정시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했지만 최근 24시간 동안 유동성이 급격히 악화됐다"며 13일 밤 연준에 SOS 요청을 보냈다.

연준 관계자들이 즉시 맨해튼 메디슨가의 베어스턴스 본사를 찾았고, 밤샘 논의 끝에 지원이 결정됐다.


베어스턴스보다 더 심한 자금 압박을 받고 있는 금융기관이 적지않다는 관측이 무성함으로써 부도 도미노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긴급 구조회의..국부펀드에 손길도
연준의 직접 지원은 미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대한 우려를 증폭하는 부정적인 영향도 미치고 있다. 제2의 베어스턴스가 곧 등장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크다. 이에따라 미 정부는 17일 긴급회의에서 추가적인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베어스턴스도 해외 국부펀드로부터 장기 조건의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그러나 앞서 상호 투자약속을 한 중국의 씨틱증권은 베어스턴스에 대한 10억달러 투자를 재고하겠다고 밝혀 '베어 사태'가 쉽사리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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