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 위기는 美 경제에 대한 마진콜"

머니투데이 김유림 기자 2008.03.16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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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헤지펀드인 칼라일캐피털이 사실상 파산한 데 이어 5위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가 공적 자금을 수혈받기에 이르렀다. 베어스턴스의 경우 독자생존이 어렵고 피흡수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력하다.

전문가들은 이번 비우량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로 촉발된 신용경색으로 미국의 경기 침체(recession)가 2차 대전 이후 최악으로 치닫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경제가 역사적인 총체적 위험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미 언론들은 베어스턴스가 유동성 부족을 겪고 있다는 것은 미국 경제가 '마진콜'(거래를 위한 최소한의 증거금이 부족한 상태)을 당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보도했다.

◇ 베어스턴스 사태는 美 경제에 대한 마진콜
뉴욕타임스는 베어스턴스에 대한 연준(FRB)의 이례적인 자금 지원은 월가에 도미노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85년간 대공황과 두 번의 세계 대전에서도 살아 남은 베어스턴스가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는 것은 미국 경제가 마진콜을 당한 것과 같다고 전했다.
FRB가 베어스턴스의 위기를 개별회사로 보지않고 월가 나아가 미국 경제의 현주소로 받아들였다는 해석이다.

규모가 작은 펀드의 파산은 경제에 큰 문제가 안된다. 그러나 베어스턴스 같은 대형 투자은행은 수십 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움직이고 있다. 이런 공룡이 갑작스레 붕괴되면 금융시스템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흔들릴 수 밖에 없다. 이는 건강한 금융기관의 금융 활동까지 마비시킬 수 있다.

베어스턴스는 특히 헤지펀드 업계의 최대 돈줄 역할을 하며 막대한 돈을 챙겨왔다. 베어스턴스가 무너질 경우 가뜩이나 돈이 마른 헤지펀드의 위기가 증폭되는 도미노 현상이 불가피한 것이다.
금과 원유 등 상품 가격의 급등 역시 미국 경제와 달러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 美 경제, 2차대전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
결국 세계 최대의 시장인 미국 경제가 심각한 침체를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노벨상 수상자인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경제학)는 지난 14일 플로리다주 보카 라톤에서 열린 선물산업협회(FIA)의 한 모임에 참석해 "미국의 침체 정도가 2차 대전 이후 최악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펠드스타인 교수는 미국의 경기침체 진입 여부를 판단하는 권위있는 민간 경제조사연구소인 전미경제연구소(NBER) 소장을 맡고 있다. NBER의 위원중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에 빠졌다고 언급한 것은 펠드스타인 교수가 처음이다.

학계에서는 미국 경제성장률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경우를 공식 경기침체로 정의한다.

펠드스타인 교수는 "그렇다면 이번 경기침체가 세계 2차 대전 이후 최악이 될 가능성이 있을까? 나는 이 질문의 대답이 '그렇다'(yes)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아직까지 '가능성'이란 단어를 강조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연준(FRB)은 침체를 막기 위해 금리인하를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 및 금융시장은 이에 반응하지 않고 있다. 활력을 잃어버린 모습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세금 감면 혜택 및 투자 인센티브 정책도 일시적인 부양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비난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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