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베어스턴스發 충격에 빠졌다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8.03.15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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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변동성 확대…"베어스턴스로 끝나지 않는다"

앨런 슈워츠 최고경영자(CEO)까지 나서 유동성 위기설을 적극 부인하던 베어스턴스가 결국 긴급 구제금융을 지원받기로 했다는 소식에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대형 헤지펀드인 칼라일 캐피탈에 이어 월가 5대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 마저 신용경색의 희생양이 됐다는 소식에 월가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이런 가운데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미국 경제가 세계 2차 대전이후 최악의 경기침체(recession)에 돌입했을 수도 있다"고 경고, 불안감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 지표인 VIX지수도 5년래 최고치를 경신하며, 이미 금융 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졌음을 반영했다.



◇ 주가 하락-채권 가격 급등, 시장 '패닉'

14일(현지시간) 베어스턴스의 구제금융 소식에 증시가 급락하고 채권 가격은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베어스턴스 주가는 47% 폭락, 8년래 최저치를 경신했다. 다우지수도 4거래일만에 심리적 지지선인 1만2000선을 하회했다.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1.6%(194.65포인트) 떨어진 1만1951.09를 기록했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2.08%, 2.26%씩 내렸다.


미국 재부무 채권 가격은 급등했다.(수익률 하락) 2년만기 재무부 채권 수익률은 14bp 떨어진 1.48%였다. 이는 지난 2월 29일 이후 최대폭 하락이다. 10년만기 재무부 채권수익률도 전일대비 8bp 하락한 3.45%를 기록했다.

달러가치는 급락했다. 달러/유로 환율은 전날보다 0.25% 오른 1.5674달러를 기록했다. 달러/유로 환율은 장중 1.5687까지 오르기도 했다.

'두려움의 지수'라고 불리우는 변동성 지수인 VIX지수도 전날보다 14% 급등한 31.16을 기록, 5년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VIX지수는 올들어 80% 이상 급등, 시장 혼란이 극대화되고 있음을 반영했다.

이처럼 금융시장이 혼란을 나타내자 월가에서는 1%p(100bp) 금리인하 가능성도 대두됐다. 시카고상업거래소(CBOT)에서 거래되는 연방기금금리 선물 동향에 따르면 트레이더들은 1%p 금리인하 가능성을 60%로 반영했다. 하루전만 해도 이 가능성은 0%였다.

◇ 베어스턴스 구제금융 충격…매각설도

이날 JP모간과 FRB는 베어스턴스에 긴급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JP모간이 재할인 창구를 통해 FRB로부터 자금을 빌리고, 이를 베어스턴스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베어스턴스에 대한 긴급 구제금융 지원 소식에 금융시장이 놀란 것은 베어스턴스가 1923년 설립된 월가의 대표적인 투자은행이기 때문이다.

베어스턴스는 지난해 6월 모기지증권에 투자했던 2개 헤지펀드가 엄청난 손실을 입고 파산하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의 시작을 알렸다.

베어스턴스가 구제자금을 받기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시장 혼란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다.

앨런 슈워츠 CEO는 이틀전까지 "베어스턴스가 시장 상황 변화에 대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이를 굳게 믿어왔던 투자자에게 날벼락을 내린 셈이다.

슈워츠는 "지난 하루동안 유동성이 상당히 악화됐다"면서 "시장 신뢰회복과 유동성확보, 정상적인 영업 지속을 위해 자금을 수혈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루머가 자금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 요인이 됐다"고 덧붙였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 피치 등 국제신용경가사들도 베어스턴스의 신용등급을 투자 부적격(정크) 수준 직전인 'BBB'로 하향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베어스턴스 매각설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JP모간, 시타델 인베스트먼트 그룹, 사모펀드 J.C 플라워스 등이 인수자로 거론되고 있다.

유동성 위기가 베어스턴스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불안감도 번지고 있다. 마진콜 사태로 가뜩이나 자산 가격이 추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금융회사들의 유동자산도 심각한 상황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힌스데일 어소시에이츠의 투자부문 책임자인 폴 놀티는 "이틀전까지만 해도 아무 문제없다던 베어스턴스가 왜 갑자기 저 지경이 됐으며, 베어스턴스가 저렇다면 메릴린치나 손버그는 어떤 상태일까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 연준 "시장에 충분한 유동성 공급"

FRB는 위기 진화에 나섰다. 연준은 성명을 통해 "시장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금융시스템의 정상적 작동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만큼의 유동성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준 이사회는 이날 만장일치로 JP모간을 통한 베어스턴스 지원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위기를 억제하기 위해 충분한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도 이날 뉴욕 경제클럽에서 재계 및 금융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가진 연설에서 "연준과 재무부 주도로 베어스턴스에 대한 긴급 자금 수혈을 결정했으며, 앞으로도 시장 안정을 위해 적절한 조치들을 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현재 미국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지만, 이를 극복하고 이전보다 훨씬 강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FAF어드바이저스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키스 험브르는 "베어스턴스의 충격을 막기 위해 연준이 고심한 흔적이 드러난다"면서 "연준은 은행 이외 금융기관에 대해 자금을 지원할 의무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준이 주요 월가 기업들에게 위기가 몰아닥치면 취할 조치가 거의 없게되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 현명한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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