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2>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업무시간 중에 수시로 주가를 확인하던 이씨는 더 이상 주가 사이트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접속하지 않는다. 그 대신 회사 업무에 더 집중하고 남는 시간에는 책을 읽거나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이씨는 한 달 전 재무설계전문가(Finanacial Planner, FP)의 도움을 받아 은퇴 준비와 자녀교육비 마련에 대한 장기 계획을 세웠다. FP의 조언대로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투자도 늘렸다.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인생의 중요한 문제들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하다. 하루 이틀 사이로 주가가 오르락내리락 해도 별 걱정이 없다. 어차피 장기적인 계획을 짰기 때문에 단기적인 주가 등락에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집에 일찍 귀가해서 아이들과도 더 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니 이씨를 대하는 아내의 태도 역시 완전히 달라졌다.
김씨와 같은 삶을 원하는가 아니면 이씨와 같은 삶을 원하는가? 이는 바로 재테크와 재무설계의 차이다. 사실 재테크(財Tech)라는 단어 자체가 단기적이고 계획성 없는 투자라는 어감을 주기 때문에 바람직한 용어는 아니다. 자산이라는 뜻의 재(財)와 전문적인 기술을 뜻하는 테크놀러지(Technology)가 합쳐진 재테크는 일본에서 유래된 말이다.
그렇다면 왜 재테크가 아닌 재무설계인가? 보다 근본적인 이유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 우리 국민들은 외환위기 이후 '돈'에 대한 태도가 급격하게 달라졌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돈'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대놓고 이야기하는 것을 꺼렸다. '돈만 밝힌다'는 말을 심한 모욕 중 하나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고통스런 외환위기를 거친 후 사람들의 관심은 '돈'으로 몰렸다. '재테크 열풍'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돈 벌기' '돈 굴리기'가 최대 관심사가 됐으며 돈이 된다는 곳은 어김없이 인산인해가 될 정도로 몰렸다.
이처럼 열심히 돈을 좇아다니게 됐지만 막상 '우리 경제가 좋아졌다'거나 '살기가 좋아졌다'는 말은 듣기가 점점 어렵다. 오히려 돈을 좇을수록 사회는 더욱 팍팍해지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고통과 노력이 요구되는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다.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막연한 신기루를 좇아온 재테크의 결과인 것이다. 이는 삶이 중심이 아니라 돈이 중심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라도 돈이 아닌 우리 자신의 삶을 중심에 둬야 한다.
이런 점에서 재무설계는 우리의 삶을 중심에 두고 그 수단으로 돈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삶을 살아가면서 필요한 돈의 규모를 엄밀하게 규명하고 필요한 만큼 마련하고자 미리 계획을 세워 관리해 나가는 것이다. 돈에 대해서는 필요한 만큼만 노력을 붓고 남은 힘은 자신의 인생을 더욱 행복하게 살아가는 데 활용한다. 오직 돈만으로 우리의 인생이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재테크가 아닌 재무설계를 해야 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재무설계는 어떻게 할까? 재테크와 달리 재무설계는 절차가 매우 중요하다.
첫째는 재무목표를 결정해야 한다. 재무목표란 앞으로 반드시 해야 할 일들을 말하는데 예를 들어 자녀교육자금, 주택 구입자금, 노후자금 등을 마련하는 목표들이 있다. 재무목표는 여러 가지가 있기 마련인데 자신의 상황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한다. 가령, 노후준비를 최우선으로 하고 자녀교육비 마련을 다음 순서로 하는 식이다.
둘째 자신의 자산과 부채, 수입과 지출을 정리해서 자산상태와 자금이 들고 나가는 현황을 파악한다. 현재 상태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진단해야 미래의 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가능한 한 모든 정보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마치 기업의 재무제표를 만들 듯이 자신의 자산 상태와 자금 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