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골프가 어려운 이유

김헌 호남대 골프학과 겸임교수 2008.03.14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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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골프]마음을 가볍게 가져라

겨우내 클럽을 놓고 있던 사람이 이른 봄에 한두 번 라운드를 하고 나면 ‘별로 실력이 줄지 않았군’ 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하지만 한 번 두 번 라운드가 거듭되면서 밑천이 드러나고 형편 없어진 자신의 스코어와 스윙을 직시하게 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봄 맞이 한 두 번의 라운드에서 작년 가을에 겨우도달했던 절정의 스코어에 버금가는 스코어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모든 샷을 조심 조심 대했기에 준 ‘선물’이거나 아니면 골프에 더 미치도록 하려는 ‘미끼’ 일지도 모른다.
 
겨우내 연습도 안 했고 골프도 치질 않았으니 또 잘 안 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잘 된 샷을 행운으로 받아들이는 겸손함으로 골프를 대한 결과 일뿐이다. 그런 겸손한 자세에서 ‘골프! 별거 아니구먼’ 으로 바뀌는 순간 골프는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다. 겨우내 절치부심하면서 샷을 가다듬어 온 사람에게 ‘봄은 더욱 잔인하다.’
 
그토록 연습을 했는데 스코어는 전혀 향상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퇴보하기 조차 한다. 미칠 노릇이다. 겨울에 칼을 갈았으니 자신감이 지나쳐서 ‘너희들 다 죽었어’ 라는 심정일 테지만 골프는 골퍼의 그런 교만함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는다. 결국 자기만 죽는다.
 
성질이 급한 사람은 지레 연습무용론을 주장하면서 겨우내 잘 지켜온 연습의 루틴마저 포기하려 한다. 그 고비를 잘 넘겨야 한다. 꾸준한 연습의 결과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연습의 결과가 즉각적으로 나올 만큼 골프가 단순치 않거니와 봄의 골프는 대단히 어렵기 때문이다.
 
초봄의 골프는 골프이기는 하지만 골프이기를 포기한 겨울골프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정상적인 골프는 더욱 못 된다. 잔디가 이제 겨우 고개를 쳐드는 시기여서 공이 잔디 위에 사뿐히 올라 앉을 수 없고, 그린에 공을 세우는 정산적인 샷을 할 수가 없다. 겨울에 휴장 기간을 길게 가지지 않은 골프장은 그린의 상태도 심각하다. 그러니 퍼팅 또한 쉽지 않다.
 
뭐니 뭐니 해도 봄 골프의 가장 큰 변수는 바람이다. 다른 계절에도 바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천지의 기운이 꿈틀대기 시작하는 변화무쌍한 봄바람 속에서의 골프는 참 곤혹스럽다. 게다가 기온의 변화도 심하고 급해서 몸이 정상의 컨디션으로 샷을 구사한다는 것이 원천적으로 어렵다.



골프장이 본격적인 시즌을 위한 단장을 마치기 까지는 그린 에어레이션도 해야 하고 페어웨이에 거름도 줘야 한다. 그러니 시즌의 스타트는 3월이 아니라 5월쯤으로 봐야 옳다. 그 때까지의 라운드는 그저 몸풀기 정도로 생각해야 한다.

겨울에 준비가 부족했던 사람은 ‘겸손한 골프’라는 초심을 얼마나 끌고 가는가가 스코어를 얘기할 것이고, 더 이상의 추락을 멈추는 방법은 지금이라도 연습을 시작하는 것 밖에 없다.
 
골프는 1년 단위로 결실을 보는 농사다. 그러니 겨울을 이겨 꾸준한 연습을 해온 사람이라 할 지라도 올해 최종적인 스코어는 가을에 수확하겠다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오늘도 골프와 더불어 행복하세요. (마음골프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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