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조두찬, 카메라폰 '뷰티폰' 개발

머니투데이 이정흔 기자 2008.03.21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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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기획]조두찬 LG전자연구소 개발1실 책임연구원

지난해 12월11일 LG전자의 고품격 카메라폰 '뷰티폰'의 출시를 지켜보는 LG전자연구소 개발1실 조두찬(40) 책임연구원의 감회는 남달랐다. 꼬박 9개월 동안을 집이 아닌 연구실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고생 끝에 세상에 나온 제품이기 때문이다.

뷰티폰의 론칭 세레모니를 지켜보는 조 책임연구원은 그때의 기분을 "어딘지 모르게 뿌듯하지만 한편으론 왠지 안절부절 못하는, 마치 딸을 시집보내는 아버지의 마음" 같았다고 털어놓는다.



13.9mm의 슬림한 두께와 매끈하고 세련된 디자인. 일반 디지털카메라에 견주어도 전혀 손색없는 500만 화소 카메라렌즈. 여기에 어두운 곳에서 선명한 촬영이 가능토록 하는 저조도 촬영(ISO800), 원터치 손떨림 보정 등 전문가급 디지털카메라를 능가하는 다양한 기능. 그리고 휴대폰 앞면 전체에 시원하게 배치해 놓은 풀터치스크린까지.

LG전자의 뷰티폰은 높은 기술력과 세련된 디자인으로 출시되자마자 '명품폰 바람'을 불러 일으키며 큰 관심을 모았다. 73만원을 웃도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단 3개월 만에 국내판매 13만대를 포함 세계시장 판매만 70만대를 훌쩍 넘어섰다고 하니 성공작 중의 성공작인 셈이다.
LG전자 조두찬, 카메라폰 '뷰티폰' 개발


조 책임연구원이 꼽은 뷰티폰의 성공 비결은 다름아닌 '혼신의 힘을 다한 제품 개발 과정'이었다.



그는 "휴대폰 기술자란 결국 휴대폰 만드는 '땜장이'라고 생각한다"며 " '장이'라는 것이 결국은 혼을 담은 전문 기술꾼을 말하는 것 아니겠냐"고 반문한다. "기술자가 제품을 자기 자식처럼 여기고 진심을 다해 기술 개발에 힘쓴다면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최고의 제품이 나오는 법"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실제로 그의 뷰티폰 개발 과정은 고난과 도전의 연속이었다. 그가 뷰티폰 개발에 있어 가장 역점을 둔 부분은 디지털카메라와 휴대폰의 결합. 폰에 들어갈 수 있는 렌즈의 크기 자체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니 그 크기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기위해 한달동안 꼬박 밤샘 작업을 했다. 그러다 어느날인가는 하늘이 캄캄해지면서 모든 것을 손에서 놓아버린 채 멍하니 주저앉아버렸던 순간도 있었다.

그는 "그래도 그렇게 고생한 끝에 결국 일반 디지털카메라 못지않은 500만 화소를 구현하는데 성공했다"며 "기술적인 한계 때문에 전문 디지털카메라만큼 항상 화질이 좋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야외 촬영만큼은 화질에서도 전혀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강조한다.


소비자들이 글씨를 직접 써서 입력하는 방식의 '풀터치스크린'을 전면에 내세운 만큼 '글자 인식률'을 높이는 것도 개발팀의 큰 과제 중 하나였다. 사람마다 각기 다른 필기체를 문자로 인식하기 위한 데이터 작업은 필수적이었다.

조 책임연구원은 "이 작업을 위해 꼬박 일주일동안 모든 연구원들이 달려들어 글자를 쓰고 글씨체를 모으는 작업을 다섯차례에 걸쳐 진행했다"며 "아주 사소한 부분처럼 보일지 몰라도 소비자들이 불편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개발자로서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고 설명한다. 이어 "그런 노력의 결과 덕분인지 뷰티폰은 기존 터치스크린폰에 비해 글자인식률을 60~70% 정도 향상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는 "뷰티폰은 나에게 '작은 십자가'같은 제품"이라며 말을 잇는다.
조 책임연구원은 "뷰티폰은 초기부터 워낙 고가로 기획된데다 그만큼 높은 성능을 담보해야 했기 때문에 개발자로서 부담감이 컸던 게 사실이다"며 "한국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맞추기 위해 유난히 힘들게 개발한 만큼 더욱 애착이 많이 가는 제품"이라고 귀띔한다.

이어 그는 "하지만 까다로운 소비자들이 있었기에 개발자로서 더욱 열심히 연구에 몰입하고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었다"며 "바로 그런 점이 현재도 미래도 한국 휴대폰시장의 발전을 이끌어 갈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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