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공천후폭풍 '탈당 · 분당' 치닫나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08.03.13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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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25명교체 '영남대학살'...김무성 탈락 내홍 악화일로

한나라당에 거센 공천 '후폭풍'이 몰아칠 전망이다. 당의 텃밭이자 '화약고'로 불리던 영남권의 공천 결과, 전체 현역 의원의 40% 이상이 탈락한 탓이다. 탈락자 중에는 다선, 중진 의원들의 상당수가 포함돼 당의 내홍이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표측 핵심 의원들의 '무더기 탈락'으로 계파 갈등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조짐이다. 일각에서는 탈락한 '친박'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으로 인해 사실상 분당까지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영남 대학살' 현역 25명 탈락=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결과, 한나라당의 영남권 현역 의원 62명 중 27명이 탈락했다. 불출마를 선언한 김용갑, 김광원 의원을 제외하면 60명 중 25명이 탈락한 것이다. 물갈이 비율이 약 42%에 달하는 셈이다.

탈락자들의 면면을 보면 '영남 대학살'이란 말이 더욱 실감난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경선 캠프 선대위원장을 지냈던 5선의 박희태(경남 남해하동) 의원이 고배를 마셨다. 역시 이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3선의 권철현(부산 사상), 권오을(경북 안동) 의원도 물갈이 바람을 피해가지 못했다.



이밖에 '친이' 성향의 3선인 정형근(부산 북.강서갑), 임인배(3선, 경북 김천) 의원 등 다선 의원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전체 탈락자 25명 중 '친이계'는 14명에 달했다. 영남권 친이 의원의 총수가 34명(불출마자 제외)임을 감안하면 40%가 넘는 친이 현역 의원이 탈락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박 전 대표측의 충격은 더하다. 김무성(3선, 부산 남구을) 의원과 김재원(초선, 경북 의성.청송) 의원 등 핵심 최측근 2명이 탈락한 때문이다. 이들 외에도 박종근(3선, 대구 달서갑), 이강두, 김기춘, 이인기, 유기준 의원 등을 포함해 모두 10명의 '친박' 의원들이 고배를 마셨다. 김용갑을 의원을 빼면 영남권의 '친박' 의원은 모두 21명. 절반 가량이 금배지를 반납하게 됐다는 뜻이다.

◇ 親朴 반발, 분당 소용돌이 속으로?= '영남 공천 괴담'이 현실화됨에 따라 당내 내홍은 악화일로를 걸을 전망이다. 일단 탈락한 현역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질 지 주목된다.


현역 탈락자들이 탈당 후 무소속 출마나 제3당 입당 등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4.9 총선 과반 승리를 장담하던 총선 전략에도 중대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사태로 분당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박 전 대표측이 '집단 행동'에 나서는 것을 상정했을 때다. 박 전 대표는 지난 1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그간의 공천을 강하게 성토하면서 "영남권 공천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측근들은 "탈당 가능성까지 열어둔 것 같다" "당이 쪼개질 수도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결국 무난히 공천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던 친박 좌장 김무성 의원이 탈락한 데다 김재원, 이인기 의원 등 핵심 측근들도 공천에서 배제되면서 박 전 대표가 어떤 식으로든 거취를 결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와 관련 이날 저녁 이규택 의원 등 공천에서 탈락한 친박 인사들은 탈당을 기정사실화하고 창당 및 무소속 연대를 집중 논의했다. 이날 공천 탈락이 확정된 친박 의원들이 동참할 경우 한나라당은 사실상 분당 소용돌이에 휩싸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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