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나홀로 약세' 이유는?

더벨 이승우 기자 2008.03.13 17:53
글자크기

수년간 과도한 원화강세 '반작용'

이 기사는 03월13일(17:49)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미국 달러화가 글로벌 약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원화는 달러보다도 약한 '초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달러화 약세의 배경은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로 인한 미국 경기침체 우려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금리인하다. 그러나 글로벌 투자자들은 그에 앞서 아시아 이머징 국가의 통화를 팔고 있다.

그중에서도 유독 원화가 뭇매를 맞고 있다. 아시아 통화중에서 일본 엔화를 빼면 환금성이 가장 좋아 자금회수용 통화 1순위로 꼽히고 있다. 때마침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하면서 전세계 투기세력에게 공격 기회를 만들어 주고 있다.



원화 '나홀로 약세' 이유는?


12일 현재 원화는 지난해말 기준으로 달러대비 3.76% 절하(원화가치 하락)된 상태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는 6.1% 절하다. 이와 달리 지난해 하반기 이후 유로화와 엔화를 비롯, 중국 위안화, 말레이시아 링기트화, 싱가포르달러 등 주요 아시아 통화들이 여전히 강세다.

최근의 원화 초약세 현상은 그동안 과도하게 진행됐던 원화강세의 되돌림 성격이 짙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4~5%대에서 머물렀는데도 불구하고 원화는 10% 이상의 고성장을 구가한 중국, 베트남 등의 통화보다 더욱 강세를 보여 왔다.

원화 가치 상승에는 세계 1위의 입지를 굳힌 조선업체들이 중심에 있었다. 무역흑자의 4~6배에 달하는 달러를 팔게 되자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과 괴리된채 수급이 환율을 지배한 것이다.


그런데 모든 상황이 마치 뒤집어 놓은 듯 변하고 있다. 조선업체 수주는 둔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환율 하락을 즐기던 수입업체들은 달러자금을 구하느라 동분서주 하고 있다. 수출업체와 수입업체의 분위기가 뒤바뀐 것이다.

원화 '나홀로 약세' 이유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는 유동성이 좋은 국내 주식시장에 재앙으로 다가왔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로 손실을 입은 해외 금융기관들이 국내 주식을 팔아 재빨리 달러 확보에 나섰다. 그만큼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시장에 많이 들어와 있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수급 구도의 변화와 서브프라임이라는 원화 약세 요인이 점차 효력을 발휘하는 가운데 약세를 더욱 부추긴 것은 바로 경상수지 적자 전환. 아시아 국가중 인도를 제외하고 유일한 경상수지 적자 국가가 되자 이를 보고 투기세력들이 원화 시장에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달려든 것이다. 그동안 원화의 절상 정도가 과도했다고 여기고 있는 판에 경상 적자 전환이라는 추세의 전환이 보이자 무지막지하게 달려든 것이다.

외환시장 한 관계자는 "재작년 원/달러 환율이 900원대 초반까지 빠졌다가 다시 반등하려던 시점에 역외 투기세력들이 달러 매수나섰다가 국내 조선업체들의 달러 매물에 나자빠진 적이 있었다"며 "원화가 과도하다는 인식은 누구나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투기세력들이 본떼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고 묘사했다.



필립 위(Philip Wee) DBS FX 이코노미스트는 "엔 캐리 투자 중에서 아시아 시장중 한국에 대한 비중이 높았는데 이 엔캐리가 청산되면서 글로벌 달러 약세에도 불구하고 원화에 대해서만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달러 유동성 부족 문제도 달러 대바 원화의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