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불로약'개발 연구논문 '조작'

대전=최태영 기자 2008.03.13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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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실성 조사委, 김태국 교수 '논문 조작' 조사 결과 발표

지난 2006년 인간 노화를 억제하는 신약후보물질(CGK733)을 개발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던 김태국 KAIST 교수(44)의 연구논문이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사태는 특히 같은 해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논문 조작 파문에 이은 것으로 국내 과학계의 국제적 신뢰도 하락 등 파문이 예상된다.



KAIST 연구진실성위원회 조사위원회는 13일 “김 교수가 세계적인 과학기술 잡지인 사이언스, 네이처지(誌)에 각각 발표한 연구논문들이 연구의 진실성을 심각하게 왜곡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논문조작의 핵심은 김 교수가 발표한 MAGIC(MAGnetism-based Interaction Capture)기술. 이는 세포 노화과정을 억제하거나 되돌릴 수 있는 신약후보물질을 찾아낼 수 있는 것으로 그동안 세계적인 주목을 받아왔다.



◇ ‘노화 억제 물질’ 개발은 ‘거짓’= 매직 기술은 자성나노입자를 이용해 살아 있는 세포 안에서 신약후보물질의 표적 단백질을 찾을 수 있는 것으로 당시 이 기술의 기본원리는 2005년 사이언스에 게재됐다.

특히 이 기술을 이용해 노화를 방지하는 물질인 ‘CGK733’의 존재가 2006년 네이처에 소개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이 연구결과로 당시 노벨상 후보로도 거론될 만큼 세계 과학계의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조사위 관계자는 “2005년 논문에 발표된 매직 기술은 연구결과를 반복 재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으며 특히 신약후보물질의 표적 단백질의 스크리닝 결과가 심각한 '조작'과 '변조'를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CGK733의 노화방지효과에 대한 연구결과물도 실험을 통해 얻은 게 아니라 사진으로 찍은 ‘의도적인 조작’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특히 과학자들이 실험 및 논문 작성 과정에서 기본적으로 수행하는 ‘실험노트’ 및 ‘원본 이미지 데이터’ 등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논문의 진실성은 이미 가치를 상실한 것으로 조사위는 보고 있다.

◇ 논문 ‘조작’의 주체는 누구?= 김 교수는 2004년 7월 새로운 신약개발 원천기술에 대한 특허를 자신이 이사로 재직 중이던 CGK㈜사 명의로 특허출원했다. 이후 KAIST는 2006년말께 이 같은 사실을 인지, CGK사에 대해 특허반환을 요청했지만 이행하지 않자 작년 3월 특허권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KAIST측은 김 교수가 노화억제물질 연구를 수행하면서 김 교수를 포함해 3명 정도가 이 같은 논문 조작 사실을 인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CGK사의 이사이며 매직 기술개발 관련 논문을 총괄했던 원재준씨가 인지하고 있었다고 보고 있다. 원씨와 김 교수는 논문의 각각 제1 및 교신저자다.

또 CGK사의 기술이사이며 김 교수의 지도를 받고 있던 KAIST 박사과정 이용원씨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고 증언했다고 조사위는 밝혔다. 김 교수는 조사 과정에 원씨 및 이씨와 함께 3인이 공모했다고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씨는 이들의 주장과 달리 논문의 진행 상황 및 연구 내용 등에 대해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씨는 이번 논문조작 사실의 제보자다.

조사위는 그러나 구체적으로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씨가 사전 인지 및 공모 혐의가 있는 증거를 다수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논문조작에 깊이 관여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학교 측의 조사 요구를 거부하고 있는 이씨에 대해 KAIST 조사위는 강제적 출두 형태를 취해서라도 추가 조사를 벌인다는 방침이다.

↑김태국 교수와 원재준씨, 이용원씨 3명은 신약후보물질 개발 연구논문의 조작에 개입했을 것으로 KAIST는 보고 있다. 그외 연구원 및 KAIST 대학원생들은 논문조작에 개입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김태국 교수와 원재준씨, 이용원씨 3명은 신약후보물질 개발 연구논문의 조작에 개입했을 것으로 KAIST는 보고 있다. 그외 연구원 및 KAIST 대학원생들은 논문조작에 개입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다만 이들 3인 외 실험과정에 일부 참여했던 정부출연연구소 일부 연구원과 KAIST 대학원생들은 논문 조작에 개입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임용택 KAIST 홍보국제처장은 “재직 중인 교수가 발표한 연구논문의 진실성을 검증한다는 사실 자체가 매우 부끄럽다”며 “하지만 확보된 진실만이라도 발표하는 것이 국내외의 불필요한 오해를 종식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강행했다”고 중간 발표의 배경을 설명했다.

임 처장은 또 “조속한 시일 내에 이번 사태를 매듭지을 것”이라며 “과학계의 기대에 부응치 못한 이번 사태를 철저히 조사해 자정의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태국 교수는 현재 대기발령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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