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쇼크]신용경색 얕보다 당했다

더벨 황은재 기자 2008.03.13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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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시장 인디안 써머 끝..멀어진 한은 금리인하

채권시장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지난해 11월28일 있었던 시장 패닉때와 비슷한 모습이다. 글로벌 신용경색 파장이 쉽게 풀리지 않을 것임을 재확인하고 있다.

금리인하 기대 심리도 약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잇따라 '물가'를 강조하고 있다. 금리인하에 베팅했던 외국인들은 국채선물 매도에 나섰다. 한달에만 9조원 가량의 뭉칫돈을 쏟아부으며 채권 사자에 나섰던 외국인들의 움직임도 잠잠해졌다.



한은은 그러나 스왑베이시스가 확대되면 외국인 채권투자가 유입될 것이란 낙관적 기대를 시장에 전달하고 있다. 시장은 "시장 상황을 보고 이야기하라"고 불만을 터트렸다. 금리가 출렁이는 만큼 시장 심리도 출렁이고 있다.

인디안 써머..신용경색은 끝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기간입찰창구제도(TAF)를 통해 유동성 공급에 나섰다. 유동성 해빙으로 11월말 이후 나타났던 채권시장 패닉도 걷혔다. 외국인들은 뭉칫돈을 가져와 국내 채권 매수에 나섰고, 국내 기관들도 금리 하락에 발맞춰 채권 투자에 나섰다. 1월 연준은 긴급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신용경색이 최악의 상황을 벗어났다는 진단도 나왔다. 그러나 '인디안써머'였다. UBS의 알트-A 모기지 헐값 매각 논란, 칼라일 캐피털의 마진콜 이행 실패, 무디스의 베어스턴스의 알트-A 모기지 연계 증권에 대한 투자 의견을 하향 조정 등으로 신용경색이 점화됐다.

급기야 연준은 지난 11일 TSLF(Term Securities Lending Facility)라는 새로운 제도를 통해 2000억 달러 상당의 유동성을 금융시장에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신용경색이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이라는 판단이다.


달러 유동성 경색은 국내 금융시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달러와 원화를 교환하는 통화스왑(CRS) 금리가 급락해 원화에 대한 달러화의 프리미엄이 급등했다. 이날 오후 3시 현재 CRS 1년물 금리는 2.42%로 한달 반만에 1.00%포인트 하락했고 이자율스왑(IRS)금리와의 차이는 -2.77%포인트로 지난해 11월 말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또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와 배당금 송금 수요가 몰리면서 원/달러 환율은 980원대로 급등하며 지난 1997년 이후 최장기간 상승하고 있다.

현물환율 상승으로 선물환율의 절대 수준이 오르자 수출업체들이 선물환 매도에 나서고 있다. 선물환을 매수한 은행이 헤지를 위해 달러 확보에 나서면서 달러 자금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외국은행 스왑딜러는 "신용경색으로 달러자금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며 "일부 외국은행 서울지점의 경우 리보(LIBOR) 금리에 가산금리 0.50%포인트를 줘도 달러 차입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전했다.

"금리인하 기대, 과했나"..한은 잇따라 물가 강조

그동안 금리 하락을 지원해온 기준금리 인하기대도 줄고 있다. 한은은 경기보다는 '물가'를 더 우선하고 있다. 지난 3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인플레에 관한 발언을 집중 쏟아냈다. 이 총재는 "현재 존재하고 있는 인플레 요인이 공급쪽에서만 있는 것은 아니다"며 "원유나 곡물하고 관계없는 개인서비스, 공공서비스 물가도 꽤 올랐다"고 말했다.

또 "사람들이 앞으로도 계속 물가가 높아지겠다고 기대하며 거기에 따라 높은 물가 상승률이 이어지는 것"이라며 "물가가 올라가면 단지 코스트 인플레이션 이것에 기치지 않고 2차, 3차 파급되면서 장기화되는 위험이 항상 있다"며 기대 인플레 차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12일에는 한은 집행부에서도 '경기와 물가가 같은 값이면 통화당국은 물가를 선택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용경색 지속과 금리인하 기대의 퇴색은 13일 채권금리 속등을 낳았다. 3년만기 국채선물 3월물은 전날보다 45틱 내린 107.25로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 때 107.13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한은 채권시장팀 관계자는 "근본적인 문제인 신용경색이 해소되지 않고 있고 채권시장에서 지속됐던 한은의 금리인하 기대도 점차적으로 무너지고 있다"며 "신용경색이 풀리면서 선순환 구조가 나타나기 전까지 시장 혼란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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