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24시간 영업...아이들 공부노예냐?"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2008.03.13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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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10시까지 잡아두는 건 정상이냐?" 찬반 논란 팽팽

학원들의 24시간 교습 허용에 대한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사교육비 급증은 물론 아이들의 건강까지 해치게 된다며 즉각 철회해야 한다는 의견과 규제 일변도 정책에서 벗어나 교육 수요자의 선택권을 넓히는 것이라는 주장이 정면충돌하고 있다.

◇ "학생 인권의 문제...즉각 철회해야" =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교원단체들은 13일 서울시의회 교육문화위원회의 학원 심야 교습 규제 폐지 결정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교총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학원 24시간 교습 허용 조례안이 18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에 통과되면 공교육 기능약화는 물론 학생의 건강권, 행복추구권 등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며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교총은 "이명박 정부가 국민에게 약속한 공교육 정상화, 사교육비 감소 정책에 가장 큰 부담으로 다가설 것이 자명하다"며 "청소년 인권을 규정한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의 권고'와 청소년의 근로시간을 밤 10시로 제한한 근로기준법, PC방 및 찜질방 출입을 금지하고 있는 청소년보호법 정신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교조 또한 "학원의 전방위 횡포에 학생과 학부모들만 피해자가 될 것"이라며 행동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인철 전교조 대변인은 "새 정부의 입시제도 자율화 방침에 따라 수능 비중이 커지고 내신비중은 축소돼 가뜩이나 아이들이 학원으로 몰려가는 마당에 24시간 영업까지 허용되면 공교육 황폐화는 불을 보듯 훤하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학원 강사들이 야간근무에 따른 수강료 인상을 요구할 테고 학원들은 수강료 자율화까지 요구해 사교육비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내부 논의를 거쳐 학생과 학부모들의 박수를 받을 수 있는 합리적 방법으로 실력 행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 "국민 자유의 문제...학교내실화가 답" = 반면 일각에서는 서울시의회의 이번 결정이 불합리한 규제를 타파하고 학생, 학부모 등 교육수요자들의 결정권을 보장할 것이라며 반기는 분위기다.

대통령직인수위에서 새 정부 교육정책 입안에 관여한 조전혁 인천대 교수(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 상임고문)는 "사교육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게 국민의 자유 문제"라며 "다른 것들은 모두 자유화하면서 학원만 제한하는 것도 우습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그는 "학원 시간을 규제하는 대증요법으로는 사실 답이 없다"며 "결국 근본 해결책은 학교 교육을 내실화하는 것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공교육 내실화에 대한 시각이 다양한 만큼 학교도 다양하게 만들고 학부모들의 요구도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이 변해야 한다는 것.

정부 부처 한 관계자도 "요즘에는 근무형태가 다양해져 새벽에 공부하려는 직장인들도 많다"며 "이 문제를 중고등학생 문제로만 국한시켜 봐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새벽에 공부할 수 있는 권리를 제도상 원천적으로 막아버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일단 공정한 기준으로 규제를 풀되 각 분야 특성에 따라 룰을 엄격히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 방향"이라고 말했다.



학원 운영 시간이 24시간으로 분산되면 아침 교통체증처럼 밤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학생들이 집중적으로 몰리는 것을 완화시킬 수 있고, 편법 음성교습이 양성화되는 효과도 있다는 지적이다.

◇ "학교가 강제로 10시까지 잡아두는 게 더 문제" = '자율학습' 명목으로 학교가 반강제적으로 밤 10시까지 잡아두는 관행이 먼저 사라져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 고등학교 담임교사는 "지역마다 학교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고등학생들이 밤 9시~10시까지 학교에 붙잡혀 있다"며 "그렇다 보니 학원들도 규정을 어기고 밤 12시, 새벽 1~2시까지 편법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칙적으로는 원하는 학생, 신청한 학생만 자율학습을 하게 돼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

그는 "학교가 6시에 수업을 마치고 공부가 부족하다 싶은 학생들은 저녁 시간에 학원에 가는 것이 가장 정상적인 모습일 것"이라며 "그러나 현실이 그렇지 못하니 새벽까지 학원에 머물고 낮에 학교에서는 졸고 있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이에 대해 현 전교조 대변인은 "학교가 강제로 학생을 붙들어 놓는 것은 일종의 편법"이라며 "교육청이 학원 시간을 자유롭게 할 것이 아니라 이런 편법을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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