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의 수퍼스타, '와인정기예금' 상품 개발

머니위크 배현정 기자 2008.03.21 15:47
글자크기

[머니위크 기획]히트 상품을 만드는 사람, 정현호 개인상품부 팀장

국민은행의 '와인정기예금'은 지난해 죽어가던 예금을 살린 '슈퍼스타'였다.

2007년은 은행인들에게 '혹독한 세월'이었다. 은행의 예적금이 증시 활황으로 펀드와 주식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많은 은행인들이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하지만 '위기'가 곧 '기회'가 됐다. 은행 예적금 상품으로 대표적인 히트를 친 '와인정기예금'을 개발한 정현호(47) 국민은행 개인상품부 팀장은 "냉혹한 환경이 야기시킨 경쟁의 바람이 반짝이는 아이디어 상품의 등장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정 팀장은 사내의 '히트상품 제조기'. 국민은행이 최근 잇달아 연속 홈런을 날리고 있는 '와인정기예금', '가족사랑자유적금', 'KB스타트 통장' 등 히트상품 삼총사가 모두 그의 머리를 거쳐 나왔다. 특히 7일 현재 4조1138억원의 판매 실적을 올린 와인정기예금은 지난해 7월 선보인 이래 지금까지 매일 새롭게 5000여명의 고객이 가입하는 등 은행 이탈 고객의 발길을 돌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심심한' 은행 상품에 '감성 코드' 도입



당초 2008년말까지의 판매목표는 2조8000억원이었는데 200% 가까이 초과ㆍ조기 달성한 셈이다. 그렇다면 여느 은행 예적금이 죽 쑬 때 와인정기예금이 유독 선방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

시중은행의 정기예금상품으론 꽤 높은 최고 연 5.8%의 금리를 꼽기 쉽지만 정 팀장은 "높은 금리는 결코 답이 아니다"고 고개를 젓는다. "조금 높은 금리를 준다는 건 큰 의미가 없습니다. 그보단 고객과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죠. 그래서 금리가 아닌 '감성'을 키워드로 삼았습니다. 노년이라는 고정관념의 퇴색한 빛깔이 아닌 '트렌디'한 감성으로 다가가고자 한 것입니다."

그러한 트렌디의 구현 과정은 놀랍게도 '감성'이 아니라 '과학'적 기법으로 풀어냈다. 애용한 방법이 바로 설문조사다.


"차별화한 아이디어의 출발점은 결국 끊임없는 고객의 마음 읽기죠. 설문조사를 통해 고객의 생각을 5%만 읽어도 성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이디어 뱅크'도 알고보면 끊임없는 '시장 조사'가 낳은 결과물이라는 것. 와인정기예금의 '담배를 끊거나 규칙적인 운동을 실천하면 0.1%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준다'는 조항도 그러한 설문조사를 통해 끌어냈다.

"기획 초기에는 금연이나 운동조항이 공연한 반발을 일으키는 건 아닐까 은근히 걱정했어요. '난 원래 담배 안 피는데' 혹은 '담배 끊기 싫은데' 하면서요. 하지만 막상 조사를 해보니 반응이 상당히 긍정적이었어요. 은행이 우리의 건강까지 배려해준다며 고객들이 흔쾌히 받아들였어요. 거의 100%로요."
'예금'의 수퍼스타, '와인정기예금' 상품 개발


◆시장조사는 히트 상품 제조의 '힘'



와인이란 상품명 역시 그러했다. 처음 생각한 단어는 빈티지였지만 '오래 묵어 깊이 있는' 느낌을 좀 더 살릴 수 있는 대상을 찾는 과정에서 '위스키', '와인' 순으로 관심이 옮겨갔다.

때마침 한 경제연구소에서 '와인세대'란 보고서를 내놓았고 '와인'이 유력 후보가 됐다. 시장조사 결과도 이와 맞아떨어졌다. '은행 상품에 웬 술?'하며 젊은층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지만 주 마케팅 대상인 중장년층은 급호감을 보인 것이다.

정 팀장이 자랑하는 아이디어의 원천은 또 있다. 바로 팀원들과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대화법이다. "사무실이 비좁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팀에만 굳이 테이블을 들여놓은 이유가 바로 그것이죠. 업무가 진행이 잘 안될 때면 서로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이디어를 찾습니다."



그 테이블앞 벽에 붙여져 있는 큼지막한 세계지도도 눈길을 끈다. "좁은 공간에서나마 상상의 나래를 넓게 펼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젊은 시절 '로커'가 꿈이었다는 정 팀장. 그는 요즘 야심차게 공익상품을 새롭게 준비하고 있다. 그는 "은행이 주력상품을 통해 지속적인 기부를 할 수 있도록 효과적인 공익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라면서 "은행 상품의 구색맞추기식 고정관념을 깰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