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투톱' 출격 속 한나라는 '삐그덕'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2008.03.12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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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스트라이커' 시대에서 '투 톱' 체제로 바뀐 것 같다".

정치권 한 인사가 각 당의 총선 준비 상황을 보며 한 평이다. 각 당이 대표선수 1명을 내세워 선거를 이끌었던 과거와 달리 2명이 한 조를 이뤄 선거를 치르게 되는 올 총선 양상을 빗댄 것.

지난 2004년 총선때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열린우리당), 박근혜 전 대표(한나라당), 추미애 전 의원(민주당) 등이 각 당을 이끌고 격돌했지만 올해 총선은 다르다.



유력 정당들은 현재 '투 톱' 체제를 가동 중이다. 일찌감치 자리를 갖춘 게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와 심대평 대표는 충청권을 노리는 '투 톱'이다.

이 둘은 각각 충남 홍성·예산(이 총재)과 충남 연기·공주(심 대표)에 출마해 충청 지역 '쌍끌이'를 시도한다. 지역구를 충남의 위쪽과 아래쪽으로 나눈 게 절묘하다.



12일 오전과 오후 연달아 출마 선언을 한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와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도 마찬가지. 손 대표는 서울 종로에서 '강북 벨트'를, 정 전 장관은 서울 동작을에서 '남부 벨트'를 책임지는 구도다. 민주당 핵심 의원은 "이 둘의 동반 출격만으로 서울에서 5석 이상 얻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도 강력한 투 톱을 보유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자랑하는 쌍두마차는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 중량감과 파괴력 면에서 다른 당을 압도한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이들 둘 사이의 호흡이 영 맞지 않는다. 호흡은커녕 당 공천을 두고 '상극'으로 치닫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이날은 박 전 대표가 공천 진행 상황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제기하며 이 대통령측을 비판하는 등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총선에서 '막강 듀오'의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섣부른 예측까지 내놓는다. 당 관계자는 "지난 대선때도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한 자리에 선 적이 없었다"고 아쉬워한 뒤 "어차피 이번 선거는 이명박 브랜드와 한나라당 지지율로 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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