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대정부 규제완화'딜' 성사될까

머니투데이 문성일 기자 2008.03.12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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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점검]업계 스스로 '치부책' 만들기 사실상 불가능

건설업계가 정부를 상대로 관련 정책 규제 완화를 놓고 사실상의 딜을 요구, 눈길을 끈다.

업계가 요구하고 있는 규제 완화는 최저가낙찰제 확대 등의 건설 관련 정책 계획을 비롯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폐지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대한 대가로 업체들이 내놓은 카드는 '고(高)분양가 책정 건설기업 공개'다.

12일 권홍사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장이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밝힌 이 같은 주장은 건설업계 스스로가 '치부책'을 만든다는 의미로, 그만큼 지나친 분양가 인상을 자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정부의 수용 여부와는 상관없이 현실적으로 이 같은 공약이 지켜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앞서 업계는 고분양가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2003년 5월에도 '자율조정'이란 카드를 빼들며 분양가 인상을 스스로 억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업체들은 같은 지역 내에서 불과 몇 개월 새 20% 이상 분양가를 높이는가 하면, 심지어 동일 업체가 동일 지역에서 시기에 따라 공급가격을 대폭 올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분양가 원가를 공개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일부 국회의원들이 분양원가 내역서 공개를 입법 추진하자, 관련 협회 내 심의위원회까지 두며 자율조정 결의를 다지는 등의 이벤트를 벌였다.



하지만 이후에도 업체들의 고분양가 책정이 끊이지 않는 등 자율조정 의지가 사실상 허울로 드러나면서 그에 따른 비난도 들끓었다. 결과적으로 업체들은 알맹이없이 요란한 '쇼'만 보여준 셈이다.

이를 감안할 때 이번에도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업계 스스로가 '고분양가 책정기업 공개'에 대한 어떠한 합의나 관련 준비가 전혀없었기 때문이다.

설령 사전 합의가 있었더라도 실천 단계에서는 상당한 리스크를 안을 수밖에 없다. 각 기업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고 요구 내용도 차이가 있는 만큼, 전체 기업이 동참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실천하기 어려운 내용을 즉흥적으로 제안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 기업 대표는 "사전에 어떠한 협의도 없었다"면서 "분양가상한제나 전매제한 등을 풀 경우 업체들도 그에 따른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권 회장의)의지로 해석되지만, 어떤 기업이 스스로 단두대에 오르겠냐"며 부정적 시각을 밝혔다.

업계 스스로의 자정 노력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실제 갈수록 미분양 물량이 적체돼 있는 현 시장 상황과 현행 시스템상 업계 스스로 분양가를 낮추는 작업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의견이다.



한 전문가는 "수요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공급가격을 내리는 게 분양률 제고에 별 도움이 안될 것이란 점을 감안할 때 시장 자율화 속에서 적정 분양가를 찾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시공과 시행이 공존하는 주택시장 특성상 시공 주체인 건설업체 만이 분양가를 내릴 수 있는 구조도 아니기 때문에 '고분양가 기업의 명단 공개'는 고사하고, 모든 기업이 분양가 인하에 동참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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