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공천 '빅딜설'… 親李vs親朴' 최후격돌

오상헌 박종진 조홍래 기자 2008.03.12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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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李측 술수" vs 이방호 "사실무근"..계파갈등 정점

한나라당 공천을 둘러싼 계파 갈등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친이(이명박 대통령측)-친박(박근혜 전 대표측)' 양대 계파가 영남 현역의원의 50%를 물갈이하기로 합의했다는 언론 보도를 두고서다.

박근혜 전 대표는 12일 이른바 '빅딜설'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측의 '술수'라고 강력 비판했다. 공천 합의 주도자로 지목된 이방호 사무총장도 곧바로 "사실무근"이라며 반박 회견에 나섰다. 영남 공천을 앞두고 양측간 최후 격돌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이 대통령측을 향한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측근 의원들의 공천 탈락에 대한 항의와 압박의 표시로 '침묵정치'에 돌입한 지 엿새만의 일이다.

박 전 대표는 우선 공천 합의 보도에 대해 "하다하다 이런 술수까지 난무하는구나 하는 그런 분노를 참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방호 사무총장이 우리 핵심 인사 누구와 그 얘기를 했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저도 전혀 모르는 일이고 우리쪽 아무도 모르는 일을 청와대에 들어가 승낙받아 저한테도 통보했다니 기막히다"며 "누군지 밝힐 수 없다면 50% 영남권 물갈이를 하려고 다 짜 놓고선 우리 쪽에 뒤집어 씌우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측이 '영남 공천 합의설'을 언론에 흘리며 '친박' 의원들을 잘라내기 위한 포석을 깔고 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기준이 없다. 엉망이다", "어마어마한 음모다"라는 격한 표현으로 이 대통령측이 주도하고 있는 공천 전반을 강도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 사무총장도 반박 기자회견을 열어 맞불을 놨다. 그는 '친박' 인사들과의 만남 자체를 부인하고 이 대통령에게 공천 합의 내용을 보고했다는 의혹도 일축했다.


특히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유정복 의원과의 통화 내용을 공개하며 박 전 대표측을 압박했다. 그는 "공천 심사 전에 유 의원과 통화를 몇 번 했는데 '공정공천을 해달라. 우리와 상의해가면서 하자'는 말을 하더라"고 전했다.

이어 "내가 '오해받을 수 있으니 이제 자꾸 전화하지 말자'는 입장을 전달해 유 의원이 전화를 해도 안 받았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박 전 대표측에서 '공천 합의' 시도로 오해받을 수 있는 행동을 했고 이 사무총장이 이를 거부했다는 뜻으로 들린다.



공천을 둘러싼 계파 갈등이 극에 달한 가운데 영남권의 대폭적인 현역의원 '물갈이'도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이 사무총장은 영남 공천 물갈이폭과 관련,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들은 스스로 팔과 다리를 자르는 것을 바라지 않겠느냐"고 했다.

"아침마다 반찬이 똑같으면 누가 좋아하나. 반찬을 자꾸 바꿔줘야 한다"는 말도 뒤따랐다. 현역의원 중 상당수가 교체될 것임을 시사한 발언이다. 당내에선 공천 살생부대로 '친이-친박' 의원 상당수가 교체되는 대폭적인 물갈이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공천 탈락의원들의 반발과 계파갈등이 어우러져 총선을 앞둔 한나라당이 중대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한편, 당 공천심사위원회는 13일부터 영남권 공천 심사에 본격 돌입할 예정이다. 서울 '강남벨트(서초,송파,강남)'의 경우 영남 공천을 마친 후 심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공심위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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