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에 경매물건도 동나

머니위크 이재경 기자 2008.03.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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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경매시장에서 연립이나 다세대주택 물건이 동나고 있다. 최근 경매로 진행되는 물건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절반도 안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최근 아파트 투자규제의 틈새를 노리는 부동산투자자들이 경매시장에 대거 뛰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올들어 극심해진 전세난으로 경매를 통해 저렴하게 집을 구하려는 수요도 크게 늘어났기 때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부동산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의 박갑현 매니저는 "뛰어오른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해 아파트를 포기하고 아예 조금이라도 저렴한 연립이나 다세대주택을 구입하려고 하는 신혼부부나 젊은 부부들이 늘고 있다"며 "최근 경매상담 가운데 이런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갑현 매니저는 이어 "최근 경매진행건수가 크게 줄어든 것은 경쟁이 치열해지고 유찰이 줄어들면서 물량이 소진됐기 때문"이라며 "과거에는 몇차례 유찰되는 물건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첫회 경매나 1회 유찰물건들도 경매참여자들이 낙찰받아가면서 금방 사라지곤 한다"고 설명했다.



전세난에 경매물건도 동나


◇경매진행물량, 1년새 반토막

연립이나 다세대주택의 경우 경매시장에 나오자마자 사라지고 있다. 과거에 비해 유찰건수가 크게 줄었다. 결국 1년 전에 비해 경매진행물량은 절반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지지옥션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해 1월 서울지역 연립 및 다세대주택 등 아파트를 제외한 주택의 경매진행건수는 401건이었다. 2월에는 204건으로 줄었지만 3월에는 347건, 4월에는 373건 등 일정 수준을 유지했다.


이에 비해 지난 해 12월에는 207건으로 떨어졌으며 올 1월에는 206건이었다가 2월에는 174건이 진행됐다. 지난 해 초에 비하면 올 초 경매 진행물량은 절반수준으로 뚝 떨어진 것이다.

경쟁이 심해진 결과 낙찰률 및 응찰자수도 급증했다.
낙찰률은 지난 해 초 60% 후반대 수준이었다. 지난 해 1월 평균 낙찰률은 69.33%, 2월에는 68.63%였다.

그러나 올 1월 낙찰률은 75.24%로 70%를 돌파했다. 2월 낙찰률도 74.71%를 기록했다.

평균 응찰자수는 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물건당 평균 응찰자는 지난 해 1월 7.87명, 2월 6.52명 수준이었다가 지난 해 11월 9.9명으로 연중 월별평균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 1월에는 9.78명, 2월에는 9.52명이 평균적으로 입찰에 참여했다. 경매에 나오는 물건당 평균 10여명의 응찰자가 경쟁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경매시장 과열 우려

경매시장 특히 연립 및 다세대주택의 경매가 과열되고 있다.

경매의 특성상 응찰자가 없으면 유찰이 되고 최저입찰가가 떨어지지만 응찰자가 몰리면 더 높은 가격을 써 내야 낙찰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지나친 과열은 부동산 가격을 올려놓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미 서울 주요지역의 경우 낙찰가율이 100%를 돌파했다. 이는 감정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낙찰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지지옥션에서 지난 달 21일부터 이달 5일까지 집계한 서울지역 연립 및 다세대주택의 평균 낙찰가율은 103.7%를 기록했다. 평균 응찰자도 10.5명으로 지난달 9.5명보다 상승해 두 자리수를 기록했다.

실제로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으로 낙찰을 받는 사례도 빈발하고 있다.
지난 달 26일 서울서부법원에서 경매된 서울 은평구 불광동 293-1 동호쉐르빌 전용면적 45㎡ 다세대주택은 감정가 1억2000만원보다 192% 높은 2억3000만원에 낙찰됐다. 16명이나 응찰해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던 탓이다.

또 다음 날 같은 법원에서 경매된 서울 은평구 갈현동 243-50 신대그린빌라 전용면적 59㎡ 연립주택은 무려 46명이나 응찰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결국 이 주택은 감정가 9700만원보다 162%가 높은 1억5750만원에 낙찰됐다.

이같은 낙찰가격은 주변시세에 비해서도 훨씬 높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이처럼 투자자들이 몰려 높은 가격으로라도 낙찰을 받으려는 것은 앞으로 가격상승에 대한 기대가 더 크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게다가 연립주택이나 다세대주택은 아파트에 비해 규제가 덜하고 경매에서 낙찰받은 경우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 아파트보다 높은 비율의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또 이명박 대통령이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던 것처럼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면 서울 강북지역 재개발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지지옥션 관계자는 "서울의 강북권 중소형 아파트와 연립주택, 다세대주택이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뉴타운, 재개발 호재를 비롯해 최근 갑자기 상승한 전세값으로 인해 전세수요자까지 경매시장에 가세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그럼에도 지나친 과열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경매시장이 너무나 과열되면서 낙찰가율이 높아지고 결국 언젠가 투자자만 손해보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며 "경쟁률이 높다고 무턱대고 높은 가격으로 응찰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시세확인은 필수

경매에 참여하기 전에 해당 물건 주변의 시세를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는 것은 필수다. 턱 없이 높은 가격으로 낙찰을 받아 손해를 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박갑현 매니저는 "경매를 하는 이유는 낮은 가격으로 물건을 사들여 시세 차익을 얻는 것"이라며 "정확하게 어느 정도의 차익을 거둘 수 있을지를 미리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매는 일반 매물을 사는 것이나 분양을 받는 것과 달리 부수적인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즉 세입자를 내보내기 위한 이사비용도 들고 관리상태가 나빠 보수에 들어가는 비용도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모든 비용을 고려한 낙찰가격이 시세보다는 낮아야 한다는 것.

그는 이어 "응찰자가 많아 분위기에 쏠려 고가로 낙찰받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며 "반드시 현장을 답사해 주변 시세를 충분히 확인해서 시세 이하로 낙찰받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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