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환부 정조준', 월가 "휴~"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8.03.12 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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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중앙은행 동참, 금융사에 직접 수혈

-FOMC 앞두고 시장 '압력' 제압
-중앙은행 공조로 '블랙홀'차단
-마진콜 유동성 위기 해소 기여할듯


버냉키 '환부 정조준', 월가 "휴~"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가 신용경색 완화를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냈다.



거듭된 금리인하에도 신용경색이 풀리기는 커녕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상황이 악화되자 문제의 근원지에 '정밀폭격'을 실시한 것이다. 그것도 혼자서가 아니라 유럽중앙은행, 스위스 중앙은행이라는 연합군을 동원, 효과를 극대화 했다.

◇ '마진콜' 유동성 위기 금융사들 한숨 돌릴듯



연준은 'Term Securities Lending Facility(TSLF)'라는 새로운 방식을 통해 최대 2000억달러의 자금을 시장에 제공할 계획이다. 재무부채권 입찰을 통해 한달이라는 '장기'에 거쳐 자금을 제공하게 된다. 입찰은 오는 27일 첫 실시될 예정이다.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는 금융회사가 현금 마련을 위해 보유 증권을 투매하고 이로 인해 증권의 시장가격이 떨어져 다시 금융권의 보유자산가치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 고단위 처방을 내린 것이다.

시장전반에 걸쳐 간접적인 효과를 기대할수 밖에 없는 금리인하와 달리, 위기를 겪고 있는 금융회사로 직접 안정적인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조치의 가장 큰 장점이다.


정부 기관의 모기지 담보부증권 뿐 아니라 'AAA'등급의 민간 모기지 담보증권을 담보로 받고 세계 최고 우량 자산인 재무부 채권을 빌려줌으로써 이를 유동화시킬수 있게 한 것이다.

최근 시장에서는 패니매 프래디맥 등 국책 모기지 회사가 발행한 최고 등급의 모기지담보 증권 조차도 제대로 소화가 되지 않아 금융권이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연준의 조치로 금융사들은 모기지 증권을 담보로 현금을 마련할수 있게 됐고, 모기지증권에 대한 우려가 낮아져 시장내에서도 자체적으로 물량이 소화될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 이뤄진 단기 자금 대출시스템(TAF)은 대출 기간이 길어야 1주일이었기 때문에 시장 전반의 장기적인 신용경색에 대응하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28일의 대출기간이 제공됨에 따라 금융회사들은 보다 여유를 갖고 자금을 운용할수 있게 됐다.

10일과 24일, 두차례에 걸쳐 'TAF' 방식을 통해 공급될 1000억달러와 환매조건부 채권(RP)매입을 통한 1000억달러를 포함, 연준은 이달중에만 총 4000억달러를 시장에 쏟아부음으로써 시장에 돈이 돌아갈수 있는 환경을 만들게 됐다.

◇ EU, 스위스 은행과 통화 스왑 확대, 영국 캐나다도 동참

연준은 이와함께 유럽중앙은행(ECB), 스위스중앙은행 등 2개의 해외 중앙은행과 통화 스왑 채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유럽과 스위스 중앙은행과의 통화 스왑 규모는 각각 300억달러, 60억달러로 확대했다. 100억달러, 20억달러가 각각 증가한 것이다.

이로써 유럽중앙은행과 스위스중앙은행은 미 연준으로부터 달러를 공급받아 자국내 은행들에게 공급할수 있게 됐다.

미국발 신용경색의 여파로 유럽지역 금융회사들 역시 달러 채무를 갚기 위한 달러화 마련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로 인해 미국 모기지 관련자산에 투자한 투자기관을 대상으로 자금회수에 들어가 신용경색이 심화돼 왔다.

ECB는 이날 연준의 발표에 때맞춰 기존의 TAF방식을 통한 유동성 지원 기간을 최고 28일까지 늘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오는 25일 달러 공급 입찰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란은행 역시 오는 18일 3개월 만기 환매조건부채권 매각을 통해 100억파운드(200억달러)를 시중에 공급할 예정이며 담보채권 범위를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캐나다 중앙은행도 오는 20일과 다음달 3일에 걸쳐 같은 방식으로 20억달러를 공급할 예정이다.

5개 중앙은행들이 이처럼 일시에 대규모 달러공급에 나선것은 미국 시장에 유동성이 공급되더라도 다른 쪽의 신용경색이 풀리지 않으면 유동성이 한쪽으로 모두 흡수돼 버리는 '블랙홀 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 FOMC 앞서 '타이밍 적절'… 금리인하 기대감 낮춰

연준의 이번 조치는 18일로 예정된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1주일 앞둔 시점에서 이뤄졌다.

월가는 연준이 이번 FOMC, 혹은 금주내로 0.75%포인트, 심지어 1%포인트까지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해왔다.

그러나 7개월간에 걸친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신용경색이 완화되지 않는 상태에서 인플레이션 우려를 무릅쓰고 또다시 0.75%포인트 금리인하 카드를 꺼내기에는 부담이 클수 밖에 없었다. 지난주 연준 고위간부들이 잇따라 인플레이션 경고를 내놓으며 시장의 금리인하 눈높이를 낮추려 애썼던 것도 이때문이었다.

2000억달러의 유동성 공급을 통해 시장의 압력이 다소 해소될 것으로 기대돼 연준으로서는 금리인하의 효과와 운신의 폭을 넓힐수 있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 '일시적 처방', 인플레우려도

시장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지만, 이번 조치로 신용경색이 일시에 풀릴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는 이르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RBS그리니치 캐피털의 채권 트레이더 데이비드 에이더는 "MBS 부실을 항구적으로 장부에서 털어내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비록 단기조치이긴 하지만 미국시장에만 4000억달러의 자금이 일시에 풀릴경우,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 경우 연준의 금리정책 운신의 폭이 더욱 줄어들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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